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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바르드나제의 극동 나들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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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바르드나제의 극동 나들이(사설)

입력
1990.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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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탈냉전시대의 동북아정책구상을 9월초 일련의 외교적 활동을 통해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예정하고 있는 일련의 공식스케줄로 충분히 예측되는 사실이다.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먼저 3일 소련 과학아카데미주관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에 있어서의 대화와 평화및 협력을 주제로 하는 회의에 참석하고,5일부터 7일까지 일본을 방문,돌아가는 길에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바르드나제장관이 이 일련의 방문외교활동 기간중 서울을 방문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NHK방송은 셰바르드나제장관이 맨 먼저 서울을 방문한 다음 블라디보스토크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23일 보도했지만,우리 외무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가 서울을 방문하건 안하건,어쨌든 이처럼 집중적으로 짜여진 그의 방문외교스케줄로 봐서 우리로서도 상당히 중요한 움직임인 것은 확실하다. 3일부터 시작해서 9월초 약 1주일동안에 벌어질 외교활동에서 소련은 4년전 7월 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연설」을 통해 『동쪽 창을 열겠다』고 선언한 이래 가장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동북아정책을 밝히지 않을까 짐작된다.

셰바르드나제가 먼저 소위 「북방 4개섬」 영유권문제로 막혀있는 대일관계에 어떤 타협안을 가지고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일본방문을 매듭지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소련에서는 어떻게든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끌어내서 극동지역개발계획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원할 것이다.

소련이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서울 카드」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관심거리가 돼 왔다. 그러나 로가초프차관이 언급한 것처럼 셰바르드나제는 일본방문중에 폭넓은 동북아협력체제를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제1차적인 관심거리는 무엇 보다도 소련의 한반도 정책이다. 소련은 최근 우리 정부대표단의 모스크바 방문이후 한ㆍ소 수교문제에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수교일정은 아직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 있다.

우리는 서울­모스크바의 공식관계수립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첫걸음으로 잡고 있다. 소련측도 이러한 원칙에는 이제 동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평양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만큼,셰바르드나제의 평양방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련은 평양측에 개혁과 개방을 촉구하고 남북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통고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흐름이 대화와개방을 언제까지 거부할 수는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소련이 과연 단정적으로 김일성에게 김일성주의 포기를 설득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우리는 소련이 엉거주춤한 양다리 걸치기를 청산하고,한시 바삐 한반도가 냉전체제를 벗어나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여하기를 바란다. 소련의 동북아정책구상은 이런 관점에서만 평가받을 것임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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