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건설부직원들의 「집단항명」 사건을 접하면서 놀라워했던 까닭은 2가지 이유때문이었다.첫째는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공직사회가 어쩌다가 그처럼 당궤를 일탈하리만큼 기강이 해이해졌느냐는 점이었고 둘째는 가히 혁신적이라 할만한 내용의 건설부조직개편 시안이 무슨 연유에서 건설부 단독으로 작업이 진행됐으며,그것도 베일속에서 쉬쉬하며 성안되어 평지풍파식의 불상사를 빚었느냐에 대한 짙은 의구심이었다. 부내직원마저 설득시키지 못한 조직개편안이라면 그보다 더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다른 부처나 시ㆍ도 등 지방행정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믿었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설부든 여타 정부부처든간에 그 기능과 조직을 통합하고 이관하는 조종작업은 결코 단위부처별로 할 성질이 아니다.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한다해도 성사가 될까말까한 난제인 것이다. 때문에 「작은정부」를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6공정부가 출범직후인 88년 3월 행정개혁위원회를 구성,정부기구개편등에 관한 47개 과제를 선정해 1년2개월동안 폭넓은 논의와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지난해 7월 종합개혁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우리는 차질없는 실행을 촉구한 바도 있다.
그런데 그 종합개혁보고서는 용두사미가 돼버렸고 느닷없이 정부조직개편작업을 부처별로 제각기 하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물론 행정안의 개혁안이 크게 미흡했던 것도 우리는 잘안다. 지금 말썽이 되고 있는 건설부에 대해서도 행정위는 「주택건설부」로 기구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정도였다니 어느정도 졸작품이었다는 것은 알만하다.
그렇지만 행정위안이 설령 졸작이었다 치더라도 그 잉크물이 마르기도 전에 각부처가 제각기 조직과 기구개편을 따로 만든다거나 각부처 업무진단합동반을 만들어 새로이 개편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정부스스로가 부인하는 것 이외에도 정부기구 전체로서의 균형조정이란 의미는 어디서 찾을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한번 생긴 정부기구는 계속 확대되게 마련」이라는 파킨슨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은 정부」 실현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은 행정위안이 유야무야된 과정과 이번 건설부사건을 계기로 실감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비대할대로 비대해졌고 무소불위한 중앙각부처의 조직과 기능은 축소개혁돼야 한다. 그것은 행정의 민주화ㆍ지방화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한 것이다. 그 개혁방법은 정부의 조직관리를 맡은 총무처에 맡길 일도 아니다.
대통령직속특별기구나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종합개혁단을 만들어 「21세기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이고 능률적인 정부」를 실현키 위해 각부처와 지방시ㆍ도의 조직과 업무를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테두리에서 재조정하는 일대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작은 정부」의 실현이야말로 통치권자의 의지여하에 따라 성패가 결정나는 막중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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