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고문관 철수안해… 미 “무기수출 계속”주장/“유엔군 창설땐 참여” 표명속 안보리선 지연책/유가상승 “큰덕” …서방과 경제이해 달라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를 양분해온 숙적인 미국과 소련은 정말 「동지」가 됐는가. 상호간의 오랜 불신은 하루아침에 세척되지 않는 것 같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 볼티모어의 미 재향군인회 초청연설에서 이번 중동위기에서 유엔안보리의 이라크규탄 결의안 채택등 소련이 보여준 이례적인 협력에 대해 각별히 언급,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정보관계 부서에서는 소련의 대 이라크지원 가능성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외교 정책연구기관인 미 외교정책협의회의 연구분석관 피터ㆍ슈와이저가 지난 22일자 뉴욕 타임스지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소련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지금도 이라크와 군사적인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련과 이라크는 오랜 동맹관계다. 군사작전,정보수집 등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다.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5천5백대의 전차중 4천대가 소련제이며,이라크 공군 17개 비행대대중 11개 대대가 소련제 전투기로 무장돼 있다. 미군이 우려하는 지대공,지대지 미사일의 상당수가 역시 소련제 샘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이다.
소련은 현재 이라크에 기술지원 요원을 포함,3천내지 4천명의 군사고문단들을 두고 있다. 소련의 타스통신은 7천여명의 소련 「시민」들이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들 군사고문단들의 철수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중동 최강이라는 이라크의 거대한 군사기구를 움직이는데 필수적 존재다. 몇몇 소련군 고위장교들도 후세인의 측근 군사자문단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바그다드에서의 소련 KGB활동도 활발,대통령실을 포함한 이라크 정부 각급기관에 침투해 있다고 미 정보기관들은 보고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소련군사 고문관들의 협력이 아니었더라면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소련 고문관들은 통신ㆍ병참ㆍ작전계획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라크이란 전쟁중 보급ㆍ병참에서부터 대 이란 폭격에 관한 정보제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소련이라크간의 밀착체제로 보아 소련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 틀림없다는 것. 미국이 특별히 의심을 두고 있는 것은 쿠웨이트 침공 약 2주전인 지난 7월17일 소련군 중장 알베트ㆍ마카쇼프의 바그다드의 비밀방문이다. 이라크 정부의 새로운 수석군사고문관으로 미국측 정보기관이 보는 마카쇼프 중장은 이라크 외무부와 일련의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는 것이 소련 외무부측의 설명이라는 것이다.
마카쇼프 중장은 소련군 내의 탁월한 전략가로 평가됐던 니콜라이ㆍ오가르코프 전참모총장의 심복중의 하나. 소련군내 최강경파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은 또한 지난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 직후 무기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미CIA와 DIA는 8월7일까지도 소련의 중요한 군수품들이 바그다드에 도착한 것을 항공촬영이나 기타정보로 알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은 이번 중동위기에서 서방측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르다. 산유국의 입장에선 소련은 유가가 배럴당 28달러선으로 오르고 이선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만도 외화가득이 2백억달러나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난에 허덕이는 소련 경제로서는 예측치 못했던 활력소를 얻은 셈이다.
소련이 설령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사전에 몰랐다해도 이라크와의 군사적 대결이 임박한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황에서 소련측에 대해 모든 군사고문관들을 철수토록 요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련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부시 대통령의 「1인극」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불만이 크다. 그들은 대 이라크 제재에 유엔군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태도이다. 부시 행정부는 유엔안보리의 무력행사 승인을 기다리면서 이라크 유조선에 대한 실력행사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결단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는 자세다. 유엔안보리의 늑장도 소련의 미온적인 태도에 원인이 돌려지고 있다.
소련이 과연 표리부동의 2중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가.<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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