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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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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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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말이 있지만 「짚을 것은 일단 짚고 넘어가야 뒤가 편하다」는 말도 있다. 요즘 집단항명사건으로 시끌시끌한 건설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전국 2천4백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올해부터 법적으로 처음 마련된 공시지가란 우리의 생활에 엄청난 구속력을 갖는 것이다. 모든 부동산거래에서 가격기준이 됨은 물론이고 거래에 따른 각종 세액산정과 상속ㆍ양도ㆍ초과이득세 등의 구속력을 갖춘 법적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부동산및 세금전문가를 제외하곤 일반국민들이 그 중요성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 결정되어버린 이 공시지가가 벌써부터 말썽을 빚기 시작한 모양이다. ◆당장 드러나고 있는 말썽은 지가가 높아 가격산정에 특히 민감한 서울ㆍ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40∼50%가 주먹구구식의 졸속산정임이 드러나 열람한 주민들의 항의로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점이다. 지방도 형편은 마찬가지여서 현재의 시세보다 무려 1백40배나 높게 책정된 곳도 있다니 그 엄청난 후유증을 짐작키가 어렵지 않다. ◆사실 이같은 후유증은 처음부터 미리 예견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국토의 값을 매긴다면서 법적 전문기관인 토지감정평가사를 동원해 현장평가조사한 것은 전국토의 2%도 못되는 30만 기준필지에 불과했었고,나머지는 비준표란 것을 만들어 기준필지의 값을 대입해 산출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조사기간은 물론이고 조사인원도 아르바이트대학생등 일용직 비전문가가 대부분이어서 지가산정의 기본마저 무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경우 산정 동원인원이 전문가는 3백34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인원은 동직원 1천8백12명,일용직 4백94명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당국의 배짱이 참으로 놀랍다. 더욱 걱정스러운 사태는 앞으로 닥쳐 올 것 같다. 이렇게 졸속 산정된 공시지가가 기준이 된 각종 세금이 부과될 경우 연거푸 일어날 엄청난 마찰과 조세저항은 또 어떡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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