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핑계 저 핑계로 북한이 남북대화와 교류를 차단하는 바람에 이제 대화창구로 남아있는 것은 남북 고위급회담뿐이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오는 9월4일 서울로 예정된 강영훈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에 우리의 기대와 관심은 남다르다.예정대로라면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는 남북한의 총리를 비롯한 회담대표 7명과 수행원 33명,취재기자 50명 등 모두 90명이 서울과 평양을 넘나들며 군축문제를 비롯하여 정치군사적 대치상황의 해소와 상호교류 실시등 폭넓은 의견교환을 하게 된다.
이것은 지난 85년 12월 제10차 남북 적십자회담및 고향방문단의 교환방문이후 5년 만의 대규모 교류일 뿐만 아니라 지난 72년 남북조절위원회 회담이후 18년 만의 남북한 고위당국자들의 본격적인 대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은 이미 합의된 고위회담의 성사를 방해하려는 듯한 몸짓을 다시 보여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군비증강과 군사훈련이 남북 고위급회담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생트집을 잡고 유엔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최근의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길연대사가 벌써 오래전부터 계획된 한국의 미국및 유럽산 전투기 도입계획등 일련의 방위력증강계획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한편,통상적인 우리의 을지군사훈련까지 군사적 도발이라고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적십자회담과 국회회담이 이미 북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상태에서 또다시 고위회담마저 열리지 못하면 남북간에는 모든 대화와 접촉의 창이 닫혀지는 것이다. 통일을 바라는 우리들의 염원은 물론이고 동서화해의 세계속에서 유일한 분단상태로 남아있는 남북이 대화마저 못하고 있는 상태는 남에게는 물론 북에게도 부담일 것은 틀림없다.
돌이켜보면 남북대화는 언제나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명암이 교차돼왔다. 지난 85년 북한은 다각적으로 진행시켰던 남북대화를 매년 되풀이해왔던 한미 방어훈련인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꼬투리 삼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그랬다가 88년 후반기에 국회회담과 고위군사정치회담,3자회담 등 동시다발로 남북회담을 제의,평화공세를 한동안 벌였고 지난 6월 한소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북한은 또 반민족적 반통일행위라면서 남북대화를 전면 거부했다. 그러나 꼭 1주일 만에 재개된 대화에서 고위회담은 합의됐던 것이다.
우리는 최근의 대교류를 비롯한 일련의 대북교섭과 접촉을 통해 북한이 아직 그들의 대남전략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남한과의 대화,개방에 제약적인 상황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대화의 전면중단 상황은 그들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가중시켜 결과적으로는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은 헤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고위회담이라는 남북 모두에게 귀중한 기회를 북한이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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