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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연행 근절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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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연행 근절돼야(사설)

입력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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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도 구속영장의 실질심사제를 실시할 때가 된 것 같다. 그 제도가 설혹 명분을 지나치게 앞세운다는 소리를 듣고 있고,준법정신 해이와 범죄 폭주등 이유로 실행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더이상 불법연행이나 부당한 인권침해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오늘의 진취적 풍조와 더 높아진 시민의식을 누구라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앞서 대법원에서도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 구속영장실질심사제 도입을 74.3%가 찬성했음을 밝혀 국가공권력의 합리적 행사와 인신보호강화 자세를 밝혔었다. 또한 법무부에서도 수사기관의 강제연행을 금지,반드시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하는 체포영장제도와 구속영장실질심사제및 증인보호 규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의 불법연행 폐해를 새삼 되뇌고 싶지 않은 우리 국민들이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이 더러 독재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법위에 군림하면서 임의동행의 미명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았던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5공 종말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군 사건도 그래서 일어났었고 최근의 축소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무죄판결로 그 아픈 기억이 새삼 증폭되고 있는 때인 것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 또다시 2건의 불법연행사건이 발생,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얼마전 시사토픽 객원기자 노가원씨에 이어 전 서울대 여학생회장 이진순씨 불법연행사건이 그것이다.

이들 사건이 더욱 나쁘게 느껴지는 것은 우선 명백한 실정법 위반일 뿐 아니라 과거 독재권력하에서 수사기관이 정권안보차원에서 남용하던 구시대적 악습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폐습을 바로잡아 민주질서를 구축해나가려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국가공권력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이 먼저 짓밟고서는 법질서나 사회기강 확립의 길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의 불법사례에서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단속과 불법적인 직권남용의 악순환이다. 사회혼란기를 틈타 불법과 무질서가 횡행할 때면 법질서 유지를 위한 단속의 필요성이 언제나 강조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권력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불법적인 직권남용에 매달리는 것도 바로 그런 때이다.

범죄 다발,단속인원 부족을 내세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며 곧잘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의 불신이 싹트고 지나친 단속에도 법질서는 더욱 망가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아직도 잇단 불법연행 사례앞에서 비록 얼마간은 단속의 실효성을 제약한다 해도 법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막연히 수사기관에도 시대정신을 따르라고 강조하는 것보다 인권보호와 시대정신을 담은 법을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앞선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체포영장제와 영장실질심사제를 채택키로 결론을 내렸다니 그 조속한 법개정과 시행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 불법연행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추궁도 따라야 할 것이다.

더러 법개정후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우선 법절차에 의한 인신의 구속,연행의 관행이 확립돼야 하며 문제점은 그때 가서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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