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1년반이 넘도록 경기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침묵만 지키고 앉아있던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21일 정례회의에서 중동사태로 인한 유가인상문제까지 겹친 현 경제여건을 최악의 위기로 규정짓고 범재계적으로 이같은 난국을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한 것이다.그러나 경제단체장들의 이번 선언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어서 오히려 주위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또 늦게라도 이같은 선언을 내놓고 위기극복운동을 추진하려면 그동안 못했던 점에 대한 반성의 빛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과거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고사하고 구체적인 향후 실천계획이 하나도 없어 체면치레용으로 마지못해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것이다.
재계는 그동안 노사분규를 비롯한 경제민주화 진통,수출부진,물가불안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속속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저마다 자기기업만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을 뿐 기업들이 공동대처,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은 외면해왔다.
「업종별 전문화」네 「과당경쟁」이네 하면서 신규진출사업을 놓고 서로 시비가 오가는가 하면 북방사업에도 무모한 경쟁일변도였다. 과거 호황시절에 재테크나 하면서 기술개발등에 소홀했던 책임을 절감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개별기업들은 그렇다 치고 경제단체들도 기업간 이해를 조정하고 의견을 취합,경제위기를 극복해보려는 경제단체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있었다.
일본이 수년전 엔고로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경단련이 앞장서 정부정책을 선도해 나가고 기업들도 국민이나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생산성 향상및 원가절감에 솔선수범,난국을 극복했던 교훈을 우리 재계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특히 경제단체장들은 이번 선언으로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만큼 선언의 의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후속조치를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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