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08.23 00:00
0 0

미국 대학캠퍼스에서는 사람이름이 붙은 건물들이 많다. 도서관이나 연구소 또는 단과대학건물의 정문 바로옆이나 건물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그 사람의 흉상이나 전신상이 으레 내방객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도서관이나 연구소 건립기금을 통째로 내놓은 사람이다. 이런 건물들을 「아무개관」이라고 불러준다. 구라파등 다른 선진국들의 대학들도 비슷하다.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능력껏 치부한 사람들중에는 그 엄청난 재산을 무턱대고 자손들에게 상속시키지를 않는다. 영구불멸할 기관 즉 대학같은 곳에 기부해 그 기관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영구히 살아남도록 하는 것을 커다란 명예로 안다. 구미 사람들에 익숙해진 도네이션(기부)제도의 연혁까지야 차치하더라도 그 제도가 지닌 장점을 거창하게 들어본다면 다음의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도네이션제도야말로 자본주의체제의 결정적 결함,즉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독점해 부익부하고 노동자는 빈익빈해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칼ㆍ마르크스의 예언을 머쓱하게 했다는 점이다. 자본가가 부를 스스로 사회에 환원해 사회발전의 자산이 되게 하는 보완적 제도가 바로 구미의 도네이션제도인 것이다. ◆둘째는 그런 기부가 2세를 키우는 교육에 재투자될 때 더 큰 수확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미선진국의 이 부러운 산학협동체제가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싹터오던 터에 며칠전 한국화약그룹의 김승연회장이 서울대의 도서관 발전을 위해 2백5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보도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것이 지지부진했던 이 나라 산학협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경제성장 제일주의의 그늘 아래서 재벌기업들이 그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혜의혹도 많이 받아왔으며 그 부의 사회환원에는 인색했던 것도 부인 못할 일이다. 설령 재벌기업들이 지난날의 그 불명예를 씻기 위한 방편으로라도 그 재산의 상당부분을 대학등에 기부해 사회에 환원한다면야 그들의 이름을 초석에 새겨 불후불멸케 한들 어떠하겠는가. 한국화약의 경우가 다른 재벌기업들에게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