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ㆍ공기저항 적고 연비우수/실내공간 좁고 외제부품 많아대우자동차가 21일 배기량 2천㏄급의 중형승용차 에스페로(스페인어로 희망 기대의 뜻ㆍ사진)를 선보였다. 지난 86년 하반기에 개발에 착수,만4년만에 양산에 들어간 에스페로에 대해 대우자동차측은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고유모델 부재라는 핸디캡을 안고 모델교체에 한계를 드러냈던 대우자동차는 이번에 처음으로 고유모델로 개발한 에스페로로 대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중형차시장에서 현대의 쏘나타,기아의 콩코드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대우자동차가 과연 에스페로로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 그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입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일반공개에 앞서 시운전의 기회를 가졌다.
우선 스타일면에서 에스페로는 우리가 자주 대하던 승용차와는 판이하다. 람보르기니 알파로메오 페라리등 세계적인 스포츠형차를 디자인 한 이탈리아의 베르토네디자인센터가 개발한 에스페로의 스타일은 공기역학을 최대한 반영한 라운드 타입이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디에이터그릴을 없애고 대신 범퍼밑에서 바깥공기를 끌어들이게 돼 있다. 헤드라이트도 초슬림형으로 만들고 분리형 보닛을 채택했다. 외관의 또다른 특징은 뒷좌석 3면의 유리창을 하나인 것처럼 섀시의 기둥을 안으로 내장한 것. 스쿠프의 그것과 흡사하다.후면의 램프도 길게 만들어 야간주행시 안전에 도움을 줄 것 같다.
대우측은 에스페로의 외관을 미래지향적인 유럽풍의 스타일이라고 밝혔는데 첫눈에 일본 혼다의 어코드와 닮았으면서도 유럽의 신형차를 연상시킨다. 대우측이 밝힌 이차의 공기저항 계수는 0.29. 국내차들의 0.34∼0.38은 물론 세이블과 혼다 어코드의 0.32보다 훨씬 낮다. 지난 7월부터 시판하기 시작한 독일 BMW의 8501는 0.29로 세계최고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것을 감안하면 에스페로는 에어로다이내믹한 스타일에서 한발앞선 차라는 얘기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심플한 느낌의 인스트루먼트패널이 눈에 뛴다. 계기판을 기존차보다 작게 만들고 대신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폴리우레탄폼을 특수처리한 재질로 감쌌다. 또 계기판패널과 문짝의 트림부분을 타원형으로 연결시켜 얼핏 비행기의 조종석을 연상시킨다. 승객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폭(레그룸)이 앞좌석 1m6.8㎝로 쏘나타보다는 짧고 콩코드보다는 약간 길다. 뒷좌석의 레그룸폭은 94㎝로 쏘나타 콩코드보다 짧아 실내공간이 약간 좁은 느낌이다.
주행중에는 대우가 자랑하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입증하듯 잔잔한 엔진소리와 타이어가 노면과 마찰하는 소리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코너링을 할때도 핸들은 전혀 무게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조작이 쉬웠다.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레버가 좀더 핸들에 가까워야 할 것 같다. 시속 1백㎞이상의 고속주행에도 차체는 노면에 착 가라앉아 롤링을 느낄 수 없고 안정감을 준다. 에스페로의 높이가 1m38.2㎝로 쏘나타(1m42㎝) 콩코드(1m40.5㎝)보다 낮은 것도 고속주행시 안정감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것이 대우측의 설명이다. 차체가 낮기 때문에 노면이 불규칙한 비포장도로를 주행할때는 차체가 노면에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 같다.
2시간여에 걸친 통일로왕복주행결과 에스페로는 전반적으로 탁월한 가속능력,등판성능,코너링,제동력등을 입증했다. 다른 국산차종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대우가 심혈을 기울인 차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에스페로의 흠이라면 외제기술과 부품이 많이 도입되었다는 것.
자가진단기능을 갖춘 전자제어 연료분사형 엔진은 호주의 GM자회사인 홀덴에서,4단자동변속기는 일본의 아이신 워너사에서,제동장치는 독일의 테베스사등에서 들여왔다. 대우의 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여부는 앞으로 이같은 핵심부품을 얼마나 국산화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밖의 제원을 보면 엔진의 출력이 1백마력으로 콩코드의 99마력에는 앞서나 쏘나타 2.0의 1백10마력보다는 뒤진다. 그러나 연비는 시내주행시 1ℓ당 수동이 13.5㎞로 쏘나타의 12.14㎞,콩코드의 11.36㎞보다 양호하다. 차체의 중량이 1천90㎏으로 쏘나타 1천2백35㎏,콩코드 1천1백50㎏보다 가벼운 것이 연비향상에 기여하는 것 같다.
대우측은 아직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전략적으로 경쟁차종보다 1백만원정도 싸게 모든 사양을 포함해 수동은 1천만원대,자동은 1천1백만원대에서 결정할 방침. 오는 9월중순부터 계약접수를 받아 출고할 계획이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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