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국땅 밟자 안도의 한숨/사지탈출 「중동교민」 3백20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국땅 밟자 안도의 한숨/사지탈출 「중동교민」 3백20명

입력
1990.08.22 00:00
0 0

◎사흘간의 강행군… 이륙후 깊은잠/“제주상공 지난다”에 모두 환호성페르시아만사태로 쿠웨이트와 이라크를 빠져나와 요르단 암만에 모여있던 교민과 근로자 등 3백20명이 21일 하오9시17분 김포공항에 도착,귀국했다. 이들은 대한항공 8025편 특별기에 탑승,이날 상오4시25분 암만공항을 떠나 바레인 방콕을 거쳐 17시간만에 귀국했다.

귀국교민과 근로자들은 대부분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마중나온 가족 친지와 반갑게 얼싸안으면서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생계대책 보장요구

○…교민 근로자들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경유,요르단에 이르는 1천8백여㎞의 사막을 자동차로 사흘동안 강행군한 탓인지 암만공항을 이륙한 직후 깊은 잠에 빠졌다.

특별기는 예정보다 4시간정도 늦게 이륙했는데 암만시내 낙수스호텔에서 귀국대기중이던 쿠웨이트교민 1백20여명이 『귀국 항공료와 호텔비용은 물론 생계대책 등을 정부가 보장할 때까지 잔류하겠다』고 주장,이들을 설득시켜 특별기에 탑승시키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대부분 쿠웨이트에서 개인사업을 하거나 쿠웨이트회사에 근무하던 교민들로 이번 중동사태로 인해 재산을 잃고 생계가 막연해진 사람들.

○재산잃었지만 기뻐

○…한일은행 쿠웨이트 주재원 김정훈씨(45)일가는 『15일 쿠웨이트를 출발,3박4일만에 암만에 도착해 대한항공 특별기를 타게 됐다』며 『자동차도 버리고 3년4개월동안 모은 재산을 잃고 떠나지만 너무 좋고 벅차다』고 기뻐했다.

대림산업 쿠웨이트지점장 김진서씨(34)도 『5년동안 바그다드에 근무하고 세금정산을 위해 혼자 남아있다 회사공금 등 30만케디(1백만달러)를 잃고 귀국해 안타깝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안도하는 표정.

○…교민들은 전재산과 일터를 잃었으면서도 이 나라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호의적.

이들은 두나라가 한국교민들에 대해서는 특별대우를 해줬다면서 전쟁이 마무리되면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쿠웨이트에서의 철수이유도 불안보다는 행정마비와 식량부족 때문이라고 설명.

○퇴직금 4천만원 날려

○…그러나 쿠웨이트의 국영석유회사에서 78년부터 근무해온 서상덕씨(52)의 부인 한복자씨(50)는 『남편이 직장을 잃고 귀국하게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쿠웨이트은행의 예금은 물론,남편이 받아야할 퇴직금 4천여만원도 잃게됐다』고 한숨.

○암만공항은 북새통

○…이라크가 외국인들에 대해 출국을 허가한 유일한 통로인 요르단의 암만공항은 각국 사람들로 수속창구가 발디딜틈도 없을 만큼 북새통.

인도인ㆍ필리핀인ㆍ방글라데시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바닥에서 잠을자는 등 공항에서만 며칠씩 보내기도.

이들은 대한항공 특별기가 한국교민들을 태우자 부러운 눈길로 쳐다봐 국력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암만공항의 계류장 비행기 옆에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 준전쟁지역의 불안감을 보여줬는데 쿠웨이트항공기가 몇대 눈에 띄기도.

○KAL측표정 떨떠름

○…대한항공측은 교민수송특별기를 운항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

이번 특별기수송을 위해 백형경 운송담당이사를 포함한 11명을 현지에 파견,교민귀국을 지원했지만 모든 경비를 대한항공측서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듯.

실제로 요르단의 암만 퀸알리아국제공항은 첫취항지여서 불안 요소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다 준전쟁지역으로 4만7천달러(4시간 기준)의 추가보험료를 부담해야 되기때문.

대한항공은 이번 운항에 모두 35만달러를 들였고 미취항지역이라서 1인당 공항세 50달러를 추가로 냈지만 교민들은 항공료를 대부분 후불키로 했으며 지불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는 실정이다.

○명함등 교환하기도

○…교민들은 기내에서 제주상공을 지나고있다는 방송이 나오자 모두 창가로가 밖을 내다보며 환호.

교민들은 김포도착후 서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안부를 전하자고 명함 등을 교환했는데 「손에 손잡고」 「선구자」 등이 방송될때는 합창하는 승객도 있었다.

○실종설 노재항씨귀국

○…한때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건설근로자 노재항씨(31)도 무사히 돌아와 누나 등 가족들과 상봉.

노씨의 누나(35)는 『꼭 죽은줄 알았던 사람이 돌아와 기쁘다』며 『10여일전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귀국동생에 형안부

○…형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식당을 경영하다 혼자 돌아온 김효섭씨(36)는 어머니 고달려씨(70ㆍ경기 부천시)를 얼싸안고 형의 안부를 묻는 가족들에게 『무사할 것』이라고 안심시키느라 진땀.

그러나 어머니 고씨는 『재산도 다 소용없으니 하루빨리 돌아오라』고 계속 흐느꼈다.<송대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