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원유가가 뛰면서 유가안정자금으로 마련된 석유사업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도 새삼,「석유기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챙기기 시작했다.지난 20일 민자당의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박태준최고위원이 『석유사업기금의 사용내역이 명확지 않아 정부가 적당히 써버린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석유기금이 어디 갔느냐」는 정치권의 관심을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석유사업기금은 1ㆍ2차 석유파동을 겪고 난후 유가급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하기 시작,그동안 5조2천억원이란 막대한 액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기금사용이 절박한 현재 가용액은 겨우 7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2조원이 융자형태로 사용됐으며 1조2천억원이 재특자금으로 사실상 정부예산으로 편입되었다. 이 돈은 기금의 장부상으로는 존재하되 정작 고유기능인 석유가 완충역할로 쓰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석유기금의 변칙적이고 방만한 운영실태는 우리 시스템의 원칙이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정치권이 이를 조장 또는 방조한 결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석유기금을 둘러싸고 보여온 정치권의 탐욕스러운 행태는 여야를 가리것 없다. 여소야대시절 특히 평민당은 농어가 부채탕감의 재원으로 석유기금을 쓰자는 주장을 강력히 펼쳤었다. 또 툭하면 석유기금으 빼내쓰자는 말들이 국회에서는 비일비재였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명분이야 어떻든 석유기금을 전용한 꼴이 됐고,제3의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자신들의 형편없는 안목이 드러날 일에 내심 당황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경제정책의 선택으로 상황에 따라 국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5조여원의 기금중 실질적인 완충자금이 7천억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나라살림을 맡은 우리 지도자들의 단견과 국제정치 감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동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석유기금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드세질 것이다. 정치권 특히 민자당은 여기에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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