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랍인들 부의 편재 시정 기대 동조/서구인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심도 작용/“이스라엘의 침공땐 방관” 미의 「2중기준」비난도【타임 8월27일자ㆍ본지특약】 미국ㆍ영국 등 세계 최강국들을 상대로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는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서방언론들은 그를 「살인마」「피에 굶주린 독재자」「현대판 히틀러」 등으로 매도한다.
그러나 많은 아랍인들은 후세인을 「범아랍민족주의의 수호자」「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전사」 등으로 떠받든다.
후세인의 힘은 바로 아랍인들의 공감을 널리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랍민족주의에서 나온다.
아랍민족주의는 오랜 역사적 산물이다.
아랍민족주의자들은 석유로부터 얻어지는 아랍세계의 부가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석유가 가져온 엄청난 부가 일부 페르시아만지역의 탐욕적인 「지배왕가」에 집중된 반면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은 가난속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요르단 언론인인 라마이ㆍ쿠리는 『석유는 모든 아랍인들의 소유물이며 석유만이 아랍세계에 번영을 가져다 줄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아랍인들은 후세인이 가난한 아랍국들을 도와 줄 것이란 사실을 잘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세인의 힘은 또 서구인들에 대한 아랍인들의 뿌리깊은 증오심에서 나온다.
아랍인들은 한때 강력했던 아랍권을 분열시키고 몰락시킨 서구인,특히 미국인과 유럽인 등을 매우 혐오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아랍인들은 현재 아랍국가들의 국경선이 1차 세계대전후 식민지 종주국가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졌다는 후세인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아랍인들의 분노는 2차대전 이후 미국와 유럽이 이스라엘을 끌어들이자 더욱 증폭되었다.
아랍인들은 국적에 상관없이,이스라엘은 침략자이며 압제자라는 증오심을 널리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은 다소 과장되고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주 강경하다.
지난 2주동안 후세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예멘 요르단 시리아 알제리 수단 튀니지 등 아랍각국에서 꼬리를 물었다.
서방인들에 대한 아랍인들의 증오감은 단지 일부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등 외국에서 교육받은 고급인력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공부했던 한 요르단 퇴역장성은 『나는 비록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아랍을 한데 묶어줄 수 있는 지도자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예전의 영화를 되살려줄 강력한 단일 아랍제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후세인의 말이 영향력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서방측의 2중기준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역을 점령했을 당시 미국은 왜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다.
물론 이러한 논쟁은 요르단이 6일 전쟁에 참여한후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으로 침공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만 아랍인들은 미국의 당시행동은 『시온주의자들의 영향력 때문』이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담ㆍ후세인을 가장 열렬히 지지하고 있는 것은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이다.
정착할 곳 없이 떠돌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문제는 아랍세계의 가장 큰 두통거리다. 팔레스타인과 그들의 지지세력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협상을 기피하는 이스라엘과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을 원망하고 있다.
이러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후세인은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아랍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또 후세인을 지지하는 측은 전통적으로 빈국인 요르단 시리아 튀니지 등이다.
석유자원의 빈곤으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은 이웃의 조그만 나라가 풍부한 석유로 값싼 자국민들의 노동력을 수입해 이용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계급의식을 키워왔다.
이들 국가들은 「아랍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일부가 되기전에는 별다른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후세인의 과대망상적인 행동은 영웅을 찾으려는 아랍인들의 갈망에 대한 자연적인 대답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구인들은 아랍인들이 지난 7∼8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아랍제국을 재건해줄 영웅의 출현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56년 수에즈 운하를 장악했던 이집트의 나세르나 79년 세계 원유가를 3배나 인상시켰던 리비아의 카다피는 바로 이 때문에 12세기 십자군을 무찔렀던 「살라딘」으로 추앙받았다.
일부에서는 후세인에 대한 아랍인들의 지지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은 후세인의 진면목이 낱낱이 밝혀지면 그가 현재 누리고 있는 인기는 얼마 안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실전에 돌입하고 페르시아만 주둔이 장기화되면 아랍인들의 반서구 민족주의는 점차 강해져 폭력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아랍인들의 기분은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마크수드 주미 아랍연맹대사는 아랍권에는 최근 새로운 「태풍」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랍세계는 이제 더이상 예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는 그동안 우리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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