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충남 성환읍에서 열린 제2회 농어민후계자대회 개막식은 농어민들의 응어리진 불만의 표출로 농수산부장관이 봉변을 겪는 불상사를 빚고 막을 내렸다. 장관의 이같은 봉변이 결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봉변의 내용자체보다 어째서 당해장관이 농어민들로부터 이러한 봉변을 당해야 했으며,농어민들은 왜 또 불만의 표출을 이러한 극단적 방법으로밖엔 나타낼 수 없었는지 저간의 이유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농어민후계자의 대부분은 현직 이ㆍ동장이나 군단위 농축수산업 협동조합장 등 농어촌의 지도층 인물들이고 비교적 정부정책에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는데 이들이 노골적으로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고 싶다.
불만의 꼬투리가 된 것은 당초 서울에서 열기로 되어 있던 대회가 당국의 저지로 충남 성환으로 밀려난 일이었다고 들린다. 농어민 후계자들은 당국이 우루과이라운드등에 관련된 농어촌의 위기상황에 대한 농어민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들어줄 생각은 않고,농어촌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두려워 자신들을 기피한 것에 분개했다는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이번 대회를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은커녕 『많은 사라들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안이한 관료주의적 발상에 밀려서 당국이 사실상 대회를 방해하는 결과를 빚었으니 농어민들이 분개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농수산부장관의 격려사를 야유와 욕설,빈병등으로 방해한 농어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포기하라』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다지만 그 저변에 흐르고 있는 보다큰 이유는 당국의 농어촌정책에 대한 근원적 불신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당국은 지금까지 점차 커지고 있는 농어촌 개방압력을 놓고도 이렇다할 뚜렷한 구제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도농간의 경제적 균형을 위한 장기적 청사진같은 것은 더군다나 구상조차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수산물 수입개방을 앞두고 불안과 초조속에 방황하고 있는 농어민 후계자들에게 정부의 확고한 소신과 농수산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들의 계도와 위기타개를 위한 협력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불만,불평이 많은 사람들의 대회라고 해서 이를 지방으로 밀어넘기는 옹졸한 정부처사는 한말로 농수산 정책에 대한 소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며 농어촌 위기를 풀어나갈 자신감이 서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물론 불평불만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표시한 일부 농어민 후계자들의 행동을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록 대회장 제공에까지 인색했던 정부처사에 분함을 느끼게 된 농어민들의 심정은 십분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 분함을 폭력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잘못이며 또 폭력적 방법에 의한 불만표시로써 해결될 수 있는 농어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도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흔히 군중심리가 발동되기 쉽다고 해서 정부가 대회장소를 지방으로 옮긴 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폭력적 불상사의 발생은 정부의 그같은 옹졸한 발상을 뒷받침해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폭력을 써야만 보다 효과적으로 자기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위험하기 짝이없는 사고방식이다.
정부나 여당은 농민들의 정부불신감정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당당하게 이들과 무릎을 맞대고 닥쳐올 농어촌위기를 극복할 방도를 강구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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