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침에 있었던 건설부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개편시안에 대한 불만의 표시처럼 단순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기강과 질서를 생명처럼 해야 하는 정부조직안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상황과 정치지도력의 투영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우울하며 결코 허술히 넘길 수 없는 일인 것 같다.지난 18일부터 이어진 불만표출의 양상을 보면 우리 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공무원들마저도 어쩌다가 이처럼 「공직자로서의 행동규범」을 이탈하게 되어버렸는가에 아연해지기까지 한다. 조직개편으로 국가공무원 신분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전락할까봐 「집단의 힘」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고수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행동이라면 그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이 사건의 처리는 매우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설부의 이번 조직개편시안이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개편구상과 방향은 공감할 만한 것이다. 중앙부처의 업무는 계획수립과 조정및 감독과 평가에 국한하는 것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업을 집행하며 공사를 발주하는 세세한 일들은 일선지방행정기관에 넘겨도 무방하다. 지자제실시에 따른 지방화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부는 너무나 비대해졌다. 2차관보,1실,9국의본부(직원 7백명)도 그렇거니와 지방국토관리청,국도유지관리사무소 등 산하 37개 직속기관(직원 2천3백명)은 너무나 방만하다. 타부처일이나 지방 시ㆍ도가 해도 될 업무까지 끌어안고 있어 비능률적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건설부가 비대하고도 방만한 조직과 업무를 과감하게 떼어내서 관련부처와 지방시ㆍ도에 넘기겠다는 조직개편시안은 그래서 타당한 것이다. 주차장 관련업무를 교통부로,상하수도 업무를 환경처로,재해대책업무를 내무부로,도로관리사업소를 시ㆍ도로 넘기려는 것은 업무의 유관성이나 기능면에서도 합당하다.
다만 건설부가 이 조직개편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직개편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의 공통점」을 소속공무원들에게 설득시키지 못해 「집단행동」이란 매우 불미스러운 사태를 야기한 미숙함은 다른 부처에게는 마땅히 타산지석이 됐으면 한다. 공직사회가 「상명불복」이란 묵시적 합의에 의해 통솔되게 마련이라지만 옛날처럼 맹종만을 기대하기 보다는 합리적 운영이 요구될 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건설부는 물론,모든 부처의 고위직공무원들이 이번 기회에 새삼 깨닫고 전체고직사회를 일제히 점검해서 공직자들의 해이된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비록 일부 공무원들의 궤를 벗어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번 일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특히 정치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 지적해왔듯이 유기체로서의 한사회가 해체나 일탈없이 운영되려면 흔들리지 않는 운영의 룰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구성원에 의해 존중돼야 가능하다. 지금 우리의 정치ㆍ정치지도력이 보이고 있는 파행은 이런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것은 또다른 건설부 사건을 잠재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치를 이끄는 지도세력은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화를 위해 정직하게 헌신하는 자세없이 지도력은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다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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