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불가피성 미리 설득했어야/공직자기강 생각이상 해이도 놀라움/일단 정상업무 불구 주동자처벌등 후유증 예상권영각건설부장관에 대한 하위직 직원들의 집단항명으로 시작된 건설부사태는 사태발생 2일째인 21일 더이상의 집단행동없이 전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들어감으로써 일단 일과성으로 끝난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공직자기강과 정부조직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벌써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치권의 누수현상과 결부지어 생각하고 있으며 공직사회의 기강이 생각이상으로 해이해져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추상같은 사정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집단항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상당한수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중시,건설부공무원의 집단항명이 『국가의 기틀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내각차원에서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집단항명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로서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초래될 수밖에 없으므로 주동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상급자들에게도 지휘책임을 물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은 관련자에 대한 처벌만으로 공직자 기강이 확립된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우선은 주동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겠지만 이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에 대한 처방이 뒤따르지 않는한 제2,제3의 건설부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 조직개편으로 인해 건설부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신상에 불이익이 올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하위직공무원들의 불만표출은 피할 수 없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집단항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이 드러난다.
건설부가 정부수립이후 최대의 조직개편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최초로 알려진 것은 지난 13일.
이날 김대영건설부차관은 그동안 권장관과 자신등 극소수의 간부가 마련해온 조직개편안을 처음으로 국장급 간부들에게 통고했는데 철저한 보안을 당부하는 바람에 하위직 공무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채 신상에 불이익이 온다는 사실만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7일 일부 보도를 통해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알려지자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과 불안은 불어나기 시작했으며 다음날인 18일에는 2백여명이 모여 조직개편안의 내용설명을 간부들에게 요구하다 김차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은후 3시간만에 해산했다.
조직개편안이 자신들의 예상대로 기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을 알게된 직원들은 20일 권장관이 소집한 직원조회에서 집단퇴장하는 것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집단퇴장이라는 항명은 공무원신분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권장관등 건설부간부들이 조직개편안이 마련된 직후에 조직개편안의 불가피함을 직원들에게 밝히고 설득에 나섰더라면 집단행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처음부터 직원들의 여론을 수렴,조직개편안에 반영할 수는 없었다하더라도 기본방향이 마련됐던 시점에서는 공개를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권장관등 건설부간부들은 자신들이 마련한 개편안에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건설부안으로 확정할 방침이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럴수록 더 일찍 기본안을 공개,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동요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직원들은 『대화창구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집단행동은 불가피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집단항명 대신 장관등 간부들에게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내용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당시의 분위기로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의 모임에서도 중재에 나선 일부 간부가 직원들에게 『집단행동보다는 대표를 뽑아 장관에게 정식으로 내용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당장에 인사상의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 두려워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장관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직원이 있으면 혼을 내주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점으로 미뤄 직원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기란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이번의 건설부사태는 권위주의와 철저한 비공개주의 및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무시해도 좋다』는 밀어붙이기식의 지휘방침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건설부의 조직개편안 자체에 긍정적인 반응이 뒤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된 것은 그럴만한 배경도 없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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