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졸속의 우를 염려한 타이름일 것이다. 중동사태로 인한 에너지비상으로 연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동력자원부는 월동기 연료수급대책의 일환으로 고유황 경유및 벙커 C유의 국내사용을 다시 허가했다.말할 것도 없이 이들은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그 때문에 정부는 1981년이후 고유황 벙커C유와 경유의 국내소비를 극력억제하고 그나마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 21개 도시 7개군에 대해서는 고유황유의 연료사용을 전면 금지해왔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에너지 비상에 「비상」하게 대처해야겠지만 아직 우리의 대기,건강을 희생해야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며 따라서 고유황의 재사용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고유황유가 국내 소비연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그것은 좀더 적극적인 에너지절약책으로 커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의 훼손은 우리들의 인내나 건강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임을 우리가 60,70년대의 결과로 체득한 이상 같은 우는 되풀이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대기오염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각종 환경대책에나 적지않은 비용을 쓰고 있지만 난방용 연료사용이 많은 11월부터 2월까지의 동절기 도시지역이 대기오염은 갈수록 심화되기만 하고 있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로스앤젤레스의 69배에 이르고 사흘에 하루꼴로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환경기준치인 0.05PPM을 상회할 뿐 아니라 심할 때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0.315PPM까지 솟아 오르기까지 했다.
이에 환경처는 동절기 도시지역의 대기오염방지를 위해 아파트등 집단주거지역의 난방연료를 LNG등 청정연료로 의무적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도권지역은 90년 9월부터,그리고 기타 도시지역은 91년 9월부터 실시토록 했으며 국내 정유사에 대해서도 탈황시설의 보완으로 고유황유의 생산억제를 통한 저유황유의 증산을 적극 유도해왔다.
그런데 중동사태로 인한 에너지파동을 염려하여 동자부가 취한 고유황유의 수출보류조치는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대기오염방지와 관련한 에너지수급정책의 지침을 하루아침에 뒤엎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방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마저도 크게 희석시킬 염려가 크다.
현재 국내에서 산업용으로 쓰이는 고유황유의 연간 소비량은 경유 5천7백만배럴,벙커C유 7천1백만배럴이며 국내 정유과정서 과잉생산되는 고유황 경유 5백만배럴,벙커C유 8백만배럴을 수출하고 저유황경유 2백5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 정유사들은 과잉생산으로 수출하는 고유황유의 국내소비를 위해 탈황시설보완을 추진중에 있다. 동자부가 에너지파동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고유황유의 수출을 보류하면 정유회사는 탈황시설추진계획을 뒤로 미루고 고유황유의 내수에 주력할 것이고 값싼 고유황유가 값비싼 저유황유보다 훨씬 다량으로 소비될 것이 틀림없다.
고유황유의 다량소비로 인하여 가속되고 심화될 동절기의 대기오염을 누가 책임질 것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결국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고 또 언젠가는 이의 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대책이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어서는 좋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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