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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의 여름”/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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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의 여름”/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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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땀과 기술로 발전한다. 일본이 40여년에 걸쳐 줄기차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계속해서 땀흘려 일하고 부지런히 연구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독 사람들도 근면 검소하고 연구심 많기로 정평이 난 국민들이다. 서독경제 역시 일본처럼 전천후 성장을 자랑하는 건강하고 모범적인 경제다. 미국경제가 산업공동화현상을 보이면서 벌써 오래전부터 노쇠하고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 땀을 안흘리고 일을 안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독이나 일본도 따라갈 수 없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지만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병들고 쇠락하기 시작한 것이다.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 있는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기술과 땀을 짝지어 주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땀으로 발전한 나라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오로지 열심히 일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나마 이만한 정도라도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벌레라는 별명이 붙은 일본사람을 게을러 보이게 하는 사람들,열사의 사막에서 횃불을 켜들고 야간작업을 하는 사람들,손가락 지문이 찍히지 않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로 한국사람들은 소문이 났었다. 그러나 땀흘리지 않는 기술이 경제를 병들게 하는 것처럼 기술없는 땀도 스스로 한계가 있게 마련. 기술없는 땀만으로는 절대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고 경험이다.

먼저 땀으로 경제를 일으켜 1단계발전을 하고 그다음 기술을 곁들여 두번째 도약을 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성장발전을 할 수 있고 흔히들 마의 분수령이라고들 하는 선진국 문턱도 무사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법칙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는 우리경제의 두번째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지만 우리는 그 황금경기의 호시절을 땅투기와 돈놀이 재테크에 몰두해서 허송해 버렸다. 기술을 곁들인 두번째 도약은 고사하고 이제는 땀흘리는 것도 하찮게 보고 귀찮게 여기는 풍조가 생겨 버렸다.

8백만 피서인파가 전국의 바다와 산을 휩쓸어 버린 한국의 여름을 보고 국내기업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어떤 일본사람은 「화끈하게,미련없이」 놀아버리는 한국사람들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가 됐다는 일본 사람들보다 더 많이,더 잘 노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기술을 갖고도 땀을 안흘리면 경제가 병들어 버리는데 기술도 없이 땀을 안흘린다면 그 경제는 어떻게 될까. 86∼88의 황금같은 기회를 어이없이 놓쳐버린데 대한 반성도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채 벌써 몇번째 베짱이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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