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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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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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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왕국의 실체는 일단 없어졌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불과 4∼5시간에 불과했다. 처음엔 떠나지 않겠다고 버틴 알ㆍ사바국왕이 궁중을 탈출한 시간은 침공 30분이 채 못되어서였다. 그리고 다스만궁에 이라크군이 진입한 사실을 안 것은 탈출후 5시간 가량 지나서이다. 아무리 석유부국을 자랑해도 힘 앞에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이토록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오일 달러 덕으로 호사를 누린 쿠웨이트의 일부 부호들은 패망 당시 외국에 머물러 오도가도 못하면서 쪽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귀영화는 언제인양 망국의 설움과 한으로 슬픈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저항세력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미미하다. 그나마 페르시아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쿠웨이트의 존재는 점점 망각에 파묻히는 것 같다. ◆중동사태는 하루 하루가 일촉즉발의 전야처럼 긴박하기만 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지 새우싸움에 고래가 펄쩍 뛸지 세계가 잔뜩 불안하고 뒤숭숭하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가정할때,고래이건 새우이건 똑같이 등이 터져나갈 것은 뻔하다. 페르시아만의 파고는 우리에게도 닥쳐왔다. 다각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직간접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 너무나 확실하다. ◆중동사태가 통일문제에 어떤 작용을 할는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무관하게 넘어가 주면 아주 다행한 일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남북문제에 중동의 정세가 악재로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결코 한낱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남북한이 안정되고 조용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의 비극은 강건너 불로만 보기에 너무도 허망하다. 부국의 환상이 무엇인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위기와 환난을 예방하고 대비함에 무신경한 탓이었다. 자주ㆍ평화ㆍ민주를 지키려면 나라의 안위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비할 것은 대비해야 한다. 나라가 없어지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뿐이다. 이것이 현실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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