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으로부터 20일 가까이 지나는 동안 사태는 군사적 긴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이라크는 이란접경으로부터 30만 규모의 병력을 사우디아라비아 접경으로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한편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다국적군과 아랍연합군도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8일 부시대통령이 「순전히 방어목적」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차차 공격형의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미국이 작년 12월 파나마침공때 쓴 「보이지 않는 전폭기」 F117A기가 중동으로 떠났고,유명한 B52와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수륙 양용 탱크로 무장한 해병대가 배치되고 있다. 한눈으로 봐서 다국적군은 공수 양면의 전략ㆍ전술태세를 갖추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의 악화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중동에서 「인질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징조다. 이라크는 18일 서방측 민간인 수만명을 「평화를 달성하는 방편」으로 이용할 것을 밝혔고,이들 민간인들을 석유시설이나 군사시설에 분산 수용하겠다고 했다.
막강한 다국적군의 군사력과 경제봉쇄에 맞서 이라크가 「인질작전」을 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쿠웨이트사태가 터진 당초부터 서방측이 우려해왔었다.
궁지에 몰린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에게 남겨진 마지막 선택이 「인질」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무모한 쿠웨이트침공이 막강한 다국적군을 불러들인 것처럼,이라크가 문명사회에 있을 수 없는 「인질전술」을 쓴다면 유엔이 단순한 경제봉쇄에서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결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동안 레바논을 중심으로 해서 테러가 성행해온 중동에서 우리는 동시에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볼모잡는 「인질전술」이 성행해온 것을 보아왔다. 호메이니 치하의 이란에서 미국의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삼아 억류한 적은 있었지만,다국적군의 공격목표 예상시설에 수용하는 것 같은 본격적인 인질작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웨이트침공이 국제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처럼,후세인대통령이 인질과 인간방패로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오산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라크당국이 한국근로자에 대해 호의적이어서 쿠웨이트에서는 4백20명 모두 철수가 확실하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2백명만 빼고 상사원등 모두 5백60여명이 남게 된다.
다행히 한국은 서방선진국과 달리 대접받고 있긴 하지만,비전투 민간인이 인간방패로 이용된다면 국가적으로 조직된 테러라고 밖에 달리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엔의 경제제재방법을 둘러싸고 소련ㆍ중국이나,서방측에서도 캐나다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ㆍ영국 등의 강경행동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련ㆍ중국을 포함해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유엔이 결의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다국적군에 참여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이라크 자신을 위해서도 유엔의 깃발아래 전면적인 군사적 제재에 직면하는 파국을 자초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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