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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대책의 반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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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대책의 반성(사설)

입력
199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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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과소비는 불을 보듯 뻔한 예고된 재난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불과 10여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1ㆍ2차 에너지 쇼크때의 절실했던 고통과 교훈을 어느 새 잊었다. 중동에 전쟁이 터지고 기름값이 덩달아 올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허겁지겁 정부의 에너지종합대책이란 게 나왔다. 기름원가가 오르니 국내 휘발유값을 올리고,에너지 과소비를 실질적으로 억제키 위해 자동차세ㆍ전기료ㆍ주차료 등도 덩달아 올려야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랍속에 파묻혀 있던 옛 대책들을 총망라,무려 1백가지의 세세한 생활실천사항까지 한꺼번에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당장 다급해진 처지에서 내려진 정부의 처지나 조치를 결코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차제에 에너지문제의 심각함을 잊고 흥청망청 과소비에 넋이 빠졌던 일부 국민들이나 업계도 정신을 차려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정부의 조치에서 보듯 과거의 모든 과소비나 정부의 대책부재가 빚어낸 모든 짐을 이번에도 결국은 국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살림을 맡아온 정부에 대해 이번 대책을 보며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할 게 몇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예고된 위기에마저 평소 그 대책을 등한히 해온 정부의 대처능력의 문제이다. 과거의 3저 호황때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업계가 호경기로 떼돈을 벌어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렸을 때도 정부는 제때에 제동을 걸어 그 여력을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 조정이나 기술향상으로 유도했어야 했다. 그런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수출의 반짝 호황으로 한때 외화가 쌓이자 그 소비를 정부가 앞장서 조장이라도 한듯 해외여행을 부추겼고 에너지과소비형 자동차ㆍ가전제품 등의 생산러시와 소비풍조 확산을 마냥 방치해왔다. 정부가 평소에 부단히 에너지 절약을 모든 시책의 기준으로 삼아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독려해왔었다면 그 효율성으로 에너지 위기의 충격을 가까운 일본처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두번째는 정부의 신뢰성문제이다. 10여년의 저유가시절 그래도 앞날에 대비한다며 5조원이 넘는 엄청난 석유기금을 국민부담으로 조성해 정부에 맡겨뒀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가인상 압박의 완충자금으로 쓰려고 보니 그중 4조원 상당을 이미 엉뚱한 곳에 써버렸던 것이다. 평소에 대책을 게을리한 데다 급할 때 쓸 돈마저 낭비해버린 믿음성없는 당국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뻔하다.

결국 완충자금은 바닥이 났는데 중동사태로 기름값은 오르니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책은 값올리기와 세금올리기뿐이었던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당장 국민적 부담이 늘고 결국은 물가도 뒤따라 오르게 된다. 기름값이나 세금을 올리는 게 당장 소비억제를 위해 불가피하다 해도 이미 과소비에 물든 풍조를 억제하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니 결국 부담증가와 물가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국민들이 정부를 도와 줄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국민ㆍ업계가 힘을 합쳐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및 기업체질 강화의 전기로 삼아야겠다. 그 사이 정부는 방심하지 말고 산업구조 조정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에너지 절약 유도를 끈질기게 끌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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