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벽너머 공산권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남다른 충격과 감동을 준다. 70년대이후 쏟아져나간 재미교포와 달리 「잃어버린 핏줄」을 찾았다는 감동과,지난날 우리가 겪어야 했던 비극의 역사를 함께 나눈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자그마치 5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타향에서 보낸 끝에 돌아온 유동주씨와의 만남도 그랬다. ◆『한번도 단군의 후손이라는 것을 잊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든 우리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스물네살에 조국을 떠나 여든 한살이 돼서 돌아온 유동주씨는 재작년 8월9일 김포공항에 내려 말문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60년 가까이 지구 저편에 살아온 그였지만,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라는 한마디로 동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질적인 세계에서 반세기 가까이 떨어져 살아온 우리와 공산권동포의 만남은 감동도 있지만,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실망스런 면도 있다. MBC텔레비전은 지난 15일 저녁 사할린동포 위문공연 실황녹화프로인 <보고파 가고파 돌아가고파> 를 두시간 가까이 보여줬다. 한맺힌 우리 동포들과의 만남에 잔뜩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프로였다. ◆MBC의 위문공연이 있던 날 유지노사할린스크는 도시가 완전히 문을 닫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3만명의 우리 동포가 공연장인 공설운동장에 운집했다. 현지동포들이 그리던 「고국과의 만남」에 목말라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일이다. 공연장에서 흘러간 옛노래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에 바쁜 주름진 얼굴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시간을 채 메우지 못한 이날의 녹화방송은 솔직히 말해서 어쩐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했다. 청중의 대부분이 2세ㆍ3세들이어선지 공연내용에 대한 반응이 기대와는 달랐다는 인상이다. 사회자건,가수건 무엇보다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갖고 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처럼 한마디로 통하는 공통분모다. 보고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