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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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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장벽너머 공산권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남다른 충격과 감동을 준다. 70년대이후 쏟아져나간 재미교포와 달리 「잃어버린 핏줄」을 찾았다는 감동과,지난날 우리가 겪어야 했던 비극의 역사를 함께 나눈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자그마치 5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타향에서 보낸 끝에 돌아온 유동주씨와의 만남도 그랬다. ◆『한번도 단군의 후손이라는 것을 잊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든 우리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스물네살에 조국을 떠나 여든 한살이 돼서 돌아온 유동주씨는 재작년 8월9일 김포공항에 내려 말문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60년 가까이 지구 저편에 살아온 그였지만,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라는 한마디로 동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질적인 세계에서 반세기 가까이 떨어져 살아온 우리와 공산권동포의 만남은 감동도 있지만,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실망스런 면도 있다. MBC텔레비전은 지난 15일 저녁 사할린동포 위문공연 실황녹화프로인 <보고파 가고파 돌아가고파> 를 두시간 가까이 보여줬다. 한맺힌 우리 동포들과의 만남에 잔뜩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프로였다. ◆MBC의 위문공연이 있던 날 유지노사할린스크는 도시가 완전히 문을 닫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3만명의 우리 동포가 공연장인 공설운동장에 운집했다. 현지동포들이 그리던 「고국과의 만남」에 목말라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일이다. 공연장에서 흘러간 옛노래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에 바쁜 주름진 얼굴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시간을 채 메우지 못한 이날의 녹화방송은 솔직히 말해서 어쩐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했다. 청중의 대부분이 2세ㆍ3세들이어선지 공연내용에 대한 반응이 기대와는 달랐다는 인상이다. 사회자건,가수건 무엇보다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갖고 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처럼 한마디로 통하는 공통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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