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등 주문 30∼60% 급증/「여름이변」 지방까지 확산/당국선 “그럴 필요없는데 업자 농간 탓”중동사태로 인한 오일파동 예상속에 정부가 연내에 기름값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시중에서는 가정ㆍ아파트단지ㆍ공장 등의 난방ㆍ산업용 기름사재기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동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유가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심리에다 정부시책에 대한 불신이 겹쳐 확산되고 있다.
수요가 폭증한 품목은 등유와 벙커C유로 일부 주유소에서는 휴가철에 일손이 달려 고전하고 있으며 정유회사들의 석유출하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공에 의하면 지난 7월중 등유출하량이 9천1백68배럴이었으나 8월들어 16일까지 1만2천5백46배럴로 증가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96의18 재동주유소 소장 최용식씨(32)는 『예년의 경우 이맘때면 일반 가정보일러용 기름은 하루에 한건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3일이후 하루평균 7∼8건씩 40∼50드럼의 배달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대부분 인근 삼청동 가회동 계동등지의 주택에서 겨울철 난방용으로 비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연내 유가인상 억제에 대한 정부발표를 믿지 못하는 불안심리 때문에 기름을 사들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경유 10드럼을 구입했다는 서울 강남구 역삼2동 조모씨(45)는 『친구들이 기름값 대폭 인상에 대비,보일러용 기름을 사두었다는 말을 듣고 10드럼을 주문해 8드럼은 보일러탱크에 채워두고 2드럼은 지하실에 통째로 보관했다』고 말했다.
인근에 여관ㆍ음식점 등이 밀집해있는 서울 성북구 동선동 1의19 돈암주유소 직원 김용현씨(24)는 『8월이전에는 공사현장외에는 일반 소비자의 주문이 전혀 없었으나 요즘 하루 67건의 배달주문전화가 걸려온다』며 『막상 배달을 나가보면 보일러탱크가 채워져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가수요현상을 지적했다.
2백90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현대아파트는 벙커C유 1만9천ℓ짜리 탱크에 1만5천ℓ를 채워 유가상승에 따른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345 구로공단 3단지내 화학수지 생산업체인 국도화학공업(주) 총무과장 조병진씨(37)는 『회사 자체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유가인상시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3만ℓ짜리 벙커C유 탱크를 가득 채워놓고 수시로 보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수요 증가는 지방도 마찬가지 사정이어서 충북 제천시가 지난 13ㆍ14일 이틀동안 시내 13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류소비량 조사에 의하면 8월들어 12일까지의 휘발유 등유 경유소비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난방보일러용 등유는 무려 60.3%나 증가했다.
동력자원부 김경석 석유수급과장(48)은 『등유와 경유수요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재기현상은 일부에 국한된 것이며 석유가격은 정부고시 가격으로 통제되기 때문에 일부 업자들의 농간이 없는 한 가격급등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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