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비리 척결”사법부 의지보여/상급심서 실형은 이례… 타경제사범과 형평도 고려/박군 고문치사관련 간부무죄 논란소지/「상급자처벌」엄격해석 반영… “증거확보소홀”비난도5공비리와 관련,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4월 집행유예판결로 풀려났던 전두환 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피고인(38)이 17일 항소심에서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는 예상밖의 판결이 내려졌다.
또 이사건 담당과 같은 재판부인 서울고법형사1부(재판장 유근완부장판사)는 박종철군 고문치사 축소조작사건으로 구속됐다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난 강민창 전치안본부장(57)과 박처원 전치안감(63)등 전경찰간부 4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우리의 형사재판관행상 1심보다 2심에서 형을 높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더욱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2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예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창석피고인에 대한 이례적 항소심재판결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8ㆍ15특사때 염보현전서울시장과 최열곤 전서울시교육감이 석방됨으로써 한때 서슬퍼렇던 「5공단죄」가 시들어버린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에게 이날 이씨의 법정구속은 5공비리척결에 대한 사법부의 의지가 단호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관계된 경찰간부들에 대해서는 전원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앞으로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상반되는 평가에 대해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된 재판이란 정치권력은 물론 여론을 포함한 사회각계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것』이라며 『이창석씨의 경우 정치권력형 비리라서 형량을 높인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횡령ㆍ탈세사건에 비추어 원심형량이 형평을 잃었고 강민창씨 등의 경우 적용법조문이나 증거관계로 보아 도덕적 비난과는 별도로 도저히 유죄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 전대통령의 친형 전기환씨와 더불어 검찰의 5공비리 수사중 친인척부문의 핵심이 됐던 이창석피고인의 공소사실은 정치권력과는 관계없는 29억원 횡령과 17억원 탈세라는 전형적인 경제사건.
이같은 범죄액수에 비추어 비록 피해자인 회사측과 합의가 됐다하지만 2개의 특별법이 적용된 피고인에게 1심이 집행유예판결을 내렸을때 5공비리 관련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재판부도 이날 판결문에서 『횡령한 돈을 부동산매입등 개인용도에 소비한 점 등을 볼때 초범인 점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참작사유를 감안한다해도 원심의 형은 오히려 지나치게 가볍다』고 원심판단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한다해도 10년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여부를 심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법률적용의 잘못이 지적되지 않는한 형량변동은 없을 전망이어서 이피고인은 앞으로 88년 11월∼89년 4월사이의 구속기간 6개월여를 뺀 2년을 복역해야 한다.
이에 비해 강민창피고인의 경우는 88년 1월 박종철군의 부검의 황적준박사에게 가혹 행위가 없었던 것처럼 부검소견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될때 부터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며 『재판과정에서 무죄가 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돼 왔었다.
이는 우리판례가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죄등을 매우 엄격히 해석하고 있고 검찰에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공무원범죄에서 상급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기소해도 거의 예외없이 무죄가 선고돼온 전례가 있기 때문.
더욱이 강 전치안본부장사건은 피고인자신은 물론 사건관련 참고인들이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하는데도 검찰이 아무런 확증을 제시하지 못해 비록 1심에서는 유죄판결이 났지만 상급심에서의 무죄선고는 예상돼왔다.
또 당시 박군을 고문했던 경찰관들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검찰수사가 구속하는데 급급했을 뿐 고문지시사실 등은 밝히지 못하고 법률적용이나 증거확보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면할수 없게 됐다.
물론 검찰이 이번 재판의 법률 및 증거해석에 불복,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새로운 증거가 추가되지 않는한 이번 항소심재판결과가 또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법조계의 지배적 견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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