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자제노력 평균 9.3%/기업 “경영수지보다 「타사수준」이 더 큰 기준”/중기가 대기업보다 높고 학력ㆍ직급 격차 줄어지난 2년 연속 두자리 수 임금 인상률을 기록해 오던 급격한 임금인상 추세가 올해 들어 한자리 수 임금인상이 정착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경총이 전국의 광업ㆍ제조업ㆍ건설업 등 6백50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0년 임금조정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평균 임금 인상률은 9.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3%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이같이 임금 인상률이 진정되고 있는 것은 노조측에서 임금협상시 임금 인상보다 근로자 주택 등 복지후생에 더 큰 비중을 둔데다가 근로자들이 최근 경기부진을 감안,임금인상 자제노력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임금 인상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오히려 임금 인상률이 높았다는 것과 최근 과열기미를 보여 왔던 건설업의 임금 인상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높았다는 점.
중소기업들은 10.0%의 임금인상률을 보여 7.9%에 머문 대기업보다 2.1%포인트나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정부의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요청 및 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자 주택건설등 복지후생 문제로의 전환이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행정지도 간섭이 덜 미치고 임금 외에 복지제도 지원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는 임금 인상률을 좀 더 높임으로써 이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컸던 것이다.
산업별 임금 인상률에서는 건설업이 1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목재ㆍ가구(10.8%) 비금속광물(10.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건설업의 임금 인상률이 전산업 평균치보다 3.8%포인트나 높아진 것은 이상 호황세를 보여온 건설업의 인력난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목재ㆍ가구와 비금속광물의 임금 인상률도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이 업종들이 건설업과의 관련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금 인상 현황에서 또 한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학력별ㆍ직급별 임금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
올해 대졸 초임의 월평균 임금은 41만1천원으로 나타났으며 전문대 34만4천원,고졸 27만4천원,그리고 중졸 이하는 25만3천원이었다.
이는 대졸 초임을 1백으로 했을 때 전문대 83.7,고졸 66.7,중졸 61.6이 되는 것으로 지난해의 각각 82.7,63.3,55.5에 비해 간격이 크게 좁아졌다.
한편 직급별로도 대졸 초임을 1백으로 했을때 지난 해에는 부장 2백32.6,차장 1백99.8,과장 1백70.7,대리 1백42.2였던 것이 올해는 각각 2백22.6,1백95.6,1백65.9,1백41.1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는 그동안 하후상박에 의한 임금조정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매년 임금체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산정하는 기업이 절반을 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30% 이상이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가 아닌 「회사방침」에 의해 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타기업의 인상률(42.5%)로 나타나 본래 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경영수지상태(34.6%)나 생계비(10.9%)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노조나 사용자 모두가 정상적인 임금인상을 꾀하기 보다는 다른 사업장들의 경우를 참고하느라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올해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아직도 중소기업의 초임수준이 대기업의 85%에 머무르는 것도 앞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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