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국세청의 「최종적인 판정」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대기업의 땅투기가 문제되면서 기업과 은행감독원과 정부와 정치권과 국민사이에 「업무용비업무용」을 둘러싸고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입씨름이 계속돼 왔었다.이번에 국세청이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는 말하자면 정부가 내놓은 최종적인 판정이요,앞으로 세무행정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하나의 가늠쇠역할을 할 것이다.
그 결과는 한마디로 말해서 대기업의 땅투기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상당한 정도로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조사대상은 은행빚 1천5백억원 이상을 쓰고있는 대기업 48개 집단이었다. 넓이로 쳐서 이들이 갖고있는 땅의 35%가 비업무용이었다는 판정이다. 장부가격으로 치자면 1조1백59억원어치가 된다.
우선 우리는 그동안 재벌기업들이 비업무용 땅은 없다고 주장해왔고,은행감독원이 비업무용 비율을 1.2%로 발표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나 일반 시민들이 넘기 어려운 은행의 문턱을 넘어 막대한 국가의 금융자원을 쓰고있는 기업들이다.
결국 이들은 은행돈을 빌려 땅투기를 하고,앉은 자리에서 수천억원의 자본이득을 올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투기놀음은 결국 은행의 그늘아래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얘기가 된다.
한때 수출붐으로 돈이 쏟아져 들어올때 이 나라의 대기업들은 경쟁력강화를 위해 대비하는 것보다는,투기로 큰돈을 긁어모으는 데에 열중했다는 비판을 모면할 수 없게 됐다.
땅투기란 본질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인 고스톱판과 다를 바 없다.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고,그럼으로써 고용과 소득을 늘려야될 사명을 지닌 기업들이 수출 호황기에 은행돈으로 고스톱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군다나 국세청은 애초에 대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조사를 6월말까지 끝내겠다고 해놓고 한달반 이상 발표를 미루어왔다. 이번에 발표된 비업무용 부동산 7천2백85만평 이라는 숫자도 한달반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세청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6개월안에 처분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지만,과연 그대로 실현될지도 의문이다. 또한 3자명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절반은 증여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이래저래 정부가 기업의 땅투기를 잡겠다던 지난 5월의 발표와는 달리 흐지부지되지 않나하는 국민의 의혹이 커가고 있다.
땅투기를 잡자면 근본적으로 기업의 땅투기를 잡아야 한다. 적어도 국민의 금고인 은행돈으로 땅투기를 하는 몰염치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된다.
기업도 사회제도인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이 고스톱에 열중한 나머지 경쟁력 강화를 잊고,게다가 국민의 지지까지 얻지 못한다면 그 장래를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벌의 비업무용 땅 35%를 발표한 이상,정부는 그 사후처리를 확실히 이행함으로써 땅투기로 흔들리고 있는 국민경제를 바로잡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대기업 스스로 사후처리에 적극 나서는 것만이 기업으로서의 자구노력임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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