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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아랍인 홍수… 주로 심야이용/김영환특파원 요르단입국초소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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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아랍인 홍수… 주로 심야이용/김영환특파원 요르단입국초소 현장에

입력
199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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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지붕엔 보따리 가득… 「순례」방불16일 밤10시께 쿠웨이트를 떠난 한국교민 상사주재원등 95명이 이라크령을 통과,요르단령의 국경초소 알루아시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아므라호텔에 진을 치고 있던 본특파원은 호텔프런트에 요청,근1시간의 수배끝에 1백 요르단디나르에 편도의 택시를 대절했다.

1백디나르(약 10만원)에 3백㎞의 밤운전을 자청한 아메드ㆍ이브라힘은 영어를 전혀 몰라 영어가 약간 되는 그의 조카2명을 대동했다. 조카중 한명인 22세의 마무드는 현재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아랍고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마무드는 『모든 요르단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라크의 위협에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페르시아만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막위를 덮은 칠흑같은 밤에 암만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들의 지붕에는 갖가지 가방보따리를 겹겹히 쌓은 피난의 대상들이 그모습을 드러냈다.

많게는 10여대씩,20∼30m의 간격으로 대오를 지어 달려오기도 했고 사이좋게 10여대가 길가에 멈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아랍너울을 쓴 것으로 보아 대부분이 아랍인들이었다. 때로는 길바닥에 담요를 깔고 누워있는 모습도 들어왔다.

떼지어 몰려오는 차량들을 볼때마다 저 가운데 한국인들이 있지나 않을까 생각,묻곤했지만 없었다. 휴게소에서 2톤트럭을 몰고 쿠웨이트에서 돌아오는 한 요르단인은 냉장고 침대매트레스등 가재도구를 적재함에 가득 싣고 있었다. 그는 퉁퉁부은 다리를 손으로 마사지하면서 『이제 쿠웨이트는 끝났다』고 말했다. 얼마를 더 달리자 차단기를 세우고 암만쪽을 향하는 차량을 검문하는 요르단초병을 만났다. 그는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윽고 17일 새벽 3시께 알루아시드의 검문소에 도착했다.

과연 쿠웨이트는 끝났다고 말했던 요르단인의 말처럼 메카의 하즈(순례)같은 모습이었다. 40여대의 버스,그리고 1백여대의 승용차가 요르단 입국절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수백명의 아랍인들이 길게 줄을 서 비자를 받고 있었다. 때로는 태국인,필리핀인도 보였다.

이라크행 통로는 거의 인적이 없었으나 요르단행은 마치 시장바닥 같았다. 젊은 국경수비대원에게 하루에 넘어오는 입국자수를 묻자 『수천명 아니 그이상일 수 있다』면서 『아마도 한달간 1백만명이 될는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들 입국자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95명의 한국인이 25대의 차량에 분승해 있었다. 지친 표정의 이들은 대부분 차내에서 잠들어 있었다.

한인학교식구와 가족등 8명을 태우고 15일 새벽 5시(현지시간)쿠웨이트를 출발,8백㎞를 달려 16일새벽 1시30분 바그다드에 도착,현대ㆍ삼성캠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뒤 다시 바그다드­알 루아시드 5백㎞를 달려와 이날밤 9시 이곳에 도착한 한일합섬의 박창준 쿠웨이트지사장은 『이제 안심이 된다』면서 가슴을 쓸었다.

사실 지난 14일 일본인 6명이 이곳에서 되돌려 보내지고 2백명에 대해서는 비자발급이 거부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르단이 이라크와의 특별한 우호관계를 갖고 있어 이알 루아시드는 이라크의 서방으로 열린 창인셈이다. 만약 이 창마저 닫힌다면 인도적 고려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돌아오는 택시에 합승을 청한 20대의 요르단인 자매 2명과 남동생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쿠웨이트로 가기 위해 이라크로 입국하려다 남동생만이 허가를 받지못했다』면서 『그래서 모두 암만으로 되돌아 가는길』이라고 공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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