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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류 무산,교훈도 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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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류 무산,교훈도 있다(사설)

입력
199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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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교류와 범민족대회는 끝내 허사가 되고 말았다. 광복의 8월을 통일로 이끌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은 비록 좌절을 겪었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남북한의 접근노력에 여전히 엄청난 괴리가 있고 불신과 적대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음은 그런 대로 소득이라 자위할 수밖에 없다.통일을 위해 남과 북은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명분과 형식을 놓고 티격태격하며 맞받아 치자 본질문제인 만남과 교류는 끝내 이뤄내지 못하고 말았다. 따라서 범민족대회는 북한에서 일방으로 열리고 서울에서 항의성 집회와 시위로 두 동강이가 난 꼴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은 통일문제를 다룸에,논리와 이성과 단계를 외면하거나 무시하며 구호와 감정과 비약적 행동만을 고집한 것이다. 그러니 즉흥성에 좌우되어 혼선만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고보니 동기와 진심이 어떻든 구태의연한 선전에만 몰두했다는 냉소적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북은 민족대교류 제의엔 철저히 냉담하고 오로지 범민족대회에만 열중,개방은 거부하고 우리 정부와 재야를 이간하여 남한의 실체를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데만 급급했을 따름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처사도 제대로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기색을 보여 통일문제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역습에 할 말을 잃었다.

우리 정부가 통일을 위한 대화의 다원화는 환영하면서 창구단일화를 옹호하는 자세는 당연하고 나무랄 데가 없다. 통일을 중구난방식의 구호제창과 저돌적 행동으로 다뤄가다간 어떤 혼란이 생기고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조차 못한다.

더욱이 재야세력과 전대협 소속 학생들이 무조건 판문점을 뚫고 들어가겠다며 화염병시위를 벌이는 것은 과연 통일의지의 정상적이며 정당한 발로인지 의심스럽다. 민주화에도 화염병,통일운동에도 화염병이라니 과연 이것이 민족문제를 다루는 정도인지,얼른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고통스럽기만 하다. 고작 이 방법밖에 없을까.

통일의 첩경이 화해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하물며 갈라진 남북이 화합하자는 마당에 적이니 배신이니 반통일세력이니 하는 극한적 증오를 보이며 매도하는 것이 어떤 올바른 근거라도 있는 것인가 묻고자 한다. 우리 내부에서 이토록 미움을 전파하면서,통일을 이룩해내겠다는 의기에 공감을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모시옷의 지사형 차림으로 격렬하게 목청을 높여야 통일이 오고,통일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고뇌하는 말 없는 다수는 통일의 장애자라는 생각은 한낱 독단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대화와 교류는 계속 시도될 것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이번 8월의 경험도 내일의 자산으로 삼는 숙고와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앞장서 통일정책과 원칙을 과감하게 정리하고,민간이나 재야는 최소한의 접촉ㆍ교류의 원칙도 지키면서 실현 가능한 사항을 점검하여 실천방안을 짜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립과 증오를 지양하고 상호존중하는 터전과 합의 마련에도 관심을 돌릴만 하다. 소리 지르는 통일운동보다 한알의 씨알을 심는 통일운동이 더욱 바람직하다. 설득과 이해와 아량이 없이는 통일의 궤도는 깔리지 않을 것이다. 아집을 버리고 인내력을 발휘함이 지금으로선 상책이다. 더이상 현혹과 혼잡을 불러일으켜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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