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위상 안밝혀 대안아니다” 흡수통합 경계/오늘 15인기구서 「지도체제」 본격 제기○…「이기택 민주당총재를 통합신당의 대표로 옹립할 용의가 있다」는 김대중 평민당총재 발언이 17일로 예정된 야권통합 15인 협의기구 2차회의와 맞물리면서 답보상태를 거듭해온 야권통합논의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4일 통추회의의 김관석상임대표가 밝힌 절충안이 재야내부의 이견때문에 「사견」으로 처리된 다음날 발표된 김 평민총재의 「이대표 옹립용의」 「2선 후퇴불가」 발언은 그것이 평민ㆍ민주 양당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온 지도체제및 지분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김 평민총재의 발언이 있었던 15일 평민당은 「지극히 의외의 발언」으로,민주당은 진의파악 미흡으로 공식적인 언급을 서로 자제해 왔으나 16일 각각 확대간부회의와 총재단회의를 소집,당의 입장들을 표명하고 나섰다.
평민당은 김총재의 발언을 「야권통합을 조기에 실현시키기 위한 살신성인의 결의」로 받아들이고 통합에 총력을 다하기로 의견을 집약했다.
반면 민주당은 발언에 대한 공식논평을 또다시 유보한 채 김총재가 스스로 지도체제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이상 17일의 15인 협의기구에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민주총재는 16일 총재단회의에서 김 평민총재의 발언에 대해 『통합은 반드시 이뤄야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고만 말해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으나 『내일 15인 협의기구에서 당대당 대등원칙에 입각한 구체안을 만들도록 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사실상 김 평민총재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총재의 이같은 「거부」는 표면상으로는 『영호남 양지역의 정서를 묶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인 만큼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우위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대당 통합」이란 원칙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도체제ㆍ지분문제에 대한 사전합의 없이는 흡수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당내주류인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의 강한 우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즉 김 평민총재의 발언이 자기희생적인 살신성인의 결단인지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 민주총재 밑에 김 평민총재가 있는 구도는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는 줄 알면서 「밑으로 들어간다」고 강조했으며 ▲지난번 전당대회서 2선후퇴 불가를 선언,민주당측의 반발로 통합논의 자체가 크게 뒤처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강조한 점이나 ▲이 민주총재의 「대표옹립」만 지적하고 스스로 위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은 「결의」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16일에도 김 평민총재 퇴진을 내부방침으로 깔고 있는 지난 5월8일의 당대당 통합원칙을 재강조하며 『17일의 15인 협의기구에선 지도체제문제가 무엇보다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때 17일의 15인 협의기구 2차회의는 그 결과가 지극히 불확실한 상태. 지난 14일 3자대표간사인 김원기(평민) 김정길(민주)의원과 장을병씨(통추회의)는 예비접촉을 갖고 17일 회의의 의제를 ▲25일 개최할 춘천 옥내집회의 성격 ▲통추회의의 절충안 제시 ▲15인 협의기구의 권한과 한계 ▲합당등록절차문제 등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평민총재가 지도체제에 일단 언급하고 나선 이상 이날 회의에서 평민당이 이에대한 구체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이미 약속된 4개 의제는 별 진전이 없을 것』(김정길의원)이라고 단언하는등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선이견조정」의 핵심이 지도체제문제였음을 상기시키며 17일 회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이 문제를 15인 협의기구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평민당측과 적지않은 의견대립이 예상되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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