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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힌 포위망 돌파 「화해카드」/후세인,대미ㆍ이란평화안 제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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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힌 포위망 돌파 「화해카드」/후세인,대미ㆍ이란평화안 제의 배경

입력
199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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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제의는 실현성보다 선전공세 활용/이란에 양보 관계회복 주안/반미 연합ㆍ보급로 확보 기대페르시아만에 집결한 미 영 해군이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해상봉쇄에 돌입한 가운데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15일 미국과 이란에 별도의 「파격적」 평화안을 제안,중동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후세인대통령은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미군병력을 현 수준에서 동결한다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를 논의할 평화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미국을 방문한 후세인 요르단국왕을 통해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후세인대통령은 이란측에도 75년 국경협정을 인정하고 이에따라 17일부터 이란점령지에서 모든 이라크군을 철수시키는 한편 이란포로들도 석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제안했다.

후세인의 이같은 평화제안은 숨막힐듯이 조여드는 서방의 군사ㆍ경제적 포위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화전양면의 전략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후세인은 대미타협안을 통해 이번 사태가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한 양국간 정면군사대결 보다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길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후세인의 제안이 상당히 발전적인 것이긴 하지만 미국이 현 단계에서 이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미 군사ㆍ외교적인 면에서 이라크를 궁지로 몰아놓는 데 성공했으므로 그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인 후세인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거나 더 나아가 거세해버리겠다는 것이 미국의 깊은 속셈이기 때문이다.

후세인 자신도 이같은 미국의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대미제의는 다분히 선전공세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오히려 대이란 평화제의에 실질적인 그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세인의 대이란 평화제의는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양보이다.

후세인은 지난 80년 샤트알 아랍수로를 양국이 공유하는 국경선으로 규정한 75년 양국 국경협정(알제리협정)을 파기하고 이 수로에 대한 독점적 영유권을 확보키 위해 이란과의 8년전쟁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가 75년 국경협정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수십만명이 피를 흘린 대가로 얻은 8년전쟁의 성과를 고스란히 반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후세인이 이처럼 「항복」에 가까운 양보까지 선뜻 감수하려는 것은 반미라는 점에서 이라크와 이해를 같이하는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양보한 것 이상의 더 큰 대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란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이라크는 현재 이란국경에 배치된 50여만명의 병력을 빼내 미국과의 군사대결에 총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 사면이 이란ㆍ시리아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적대세력에 둘러싸인 채 미국과 대결하는 버거운 짐의 일부를 벗게 된다.

경제적 실익도 결코 군사적 이득에 못지 않다.

현재 이라크는 각국의 경제제재와 미 영 함대의 해상봉쇄로 마지막 생명선이었던 요르단마저 봉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이 선제 군사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라크의 발등의 불은 오히려 경제봉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란이 국경을 열어 물자보급을 허용한다면 이라크는 「갇혀서 죽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내적으로는 내부위기가 고조될 경우 전통적 반체제세력인 시아파회교도들이 미국이 바라는 내부봉기를 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배후세력인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합병으로 페르시아만으로 나가는 출구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전의 유일한 해상통로였던 샤트 알 아랍수로의 중요성이 반감된 점도 이라크가 이 수로를 양보하게 된 한 원인이다.

그런데 주목을 끄는 사실은 이번 평화제의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정에서 제기됐던 이란의 묵시적 동조설에 대한 심증을 더욱 굳혀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ㆍ이라크측은 이번 제의이전부터 양측이 비밀리에 접촉을 벌여 왔다고 시인했다. 이로 미루어서도 이란은 이미 오래전에 이라크측으로부터 이같은 양보의사를 전해들었으며 그 대가로 쿠웨이트 침공을 방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후세인의 「이란카드」는 위기에 몰려 갑작스럽게 나왔다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비장해온 최후의 무기였다고 이해돼야 할 것 같다.

이란측은 이번 평화제의로 엄청난 어부지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양국이 이를 계기로 반미ㆍ반서방 동맹관계로까지 발전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사실 이란내에서는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를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이란은 이번 사태중 지난해 「악마의 시」 사건으로 단절됐던 영국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미국측도 이란을 반이라크 동맹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란에 추파를 계속 던져왔다.

그렇다면 이란이 숙명적 라이벌인 이라크를 적극 도우면서까지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이 이라크의 양보에 어느 정도까지 「화답」할 것인가가 페르시아만 사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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