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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1명에 학생600명 “국교 수준”(현장진단/지방 캠퍼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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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1명에 학생600명 “국교 수준”(현장진단/지방 캠퍼스:2)

입력
199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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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설과는 전임교수 없기도/시간강사로 땜질… 교육질 저하/전과의 43%가 서울과 중복/차등의식 초래­취업에 불리다소 과장된 표현이겠으나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강의는 있으나 교육은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본질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대학의 위기상황은 제2캠퍼스에서 훨씬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수진의 절대부족과 미미한 연구활동,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교육시설,대학당국의 행ㆍ재정체제 등 제2캠퍼스가 안고있는 교육여건상 문제점은 양적교육에만 치중한 대학정책의 당연한 귀결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서창캠퍼스 구모군(22ㆍ2년)은 『교수님에게 학업문제와 진로ㆍ인생상담을 하고싶어도 한분밖에 안계신 교수님이 워낙 바빠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찾아가질 못한다』고 불평했다. 그는 『교수라기 보다는 강의만하는 시간강사라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방캠퍼스의 전임교수대 학생비율은 서울캠퍼스의 배가 넘는 50∼60대 1에 이르러 국민학교 수준이다.

모대의 경우 서울은 25대 1이나 제2캠퍼스는 60대 1이고 특히 제2캠퍼스 경상대는 재학생 1천5백여명에 교수는 18명에 불과,80대 1을 넘고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지난해 신설된 모학과는 관련학과 교수가 학과장을 맡고있고 강의는 객원교수가 하고있어 전임교수가 한명도 없다.

교수의 절대부족은 특히 신설학과에서 심한편인데 전임교수가 1∼2명인 학과가 많다. 교수진의 부족은 시간강사로 메워진다. 고려대 서창캠퍼스 박모군(22ㆍ전산4)은 『1학년때 교양과목 위주로 일주일에 36시간 수강했으나 영어 3시간을 빼고는 모두 시간강사로부터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경우 학생수가 적은 안성캠퍼스의 시간강사는 오히려 서울보다 1백여명이나 많은 3백16명.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시간강사 비율은 62.8%이다.

적은 교수진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야하니 교수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며 연구활동은 등한시된다. 외국어대 용인캠퍼스의 모교수는 『급변하고 다기화되는 학문의 조류를 좇아가기 급급하다』면서 『지리적 여건과 강의부담 탓에 학회의 세미나나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쉽지 않아 서울교수와의 경쟁에서 뒤질수 밖에 없다』고 지방캠퍼스 교수의 고충을 전하고 『어떤 때는 고등학교 교사같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방캠퍼스중 일반대학원을 설치하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고 특수대학원만 일부 대학에서 갖고있어 교수나 학생들의 학문적 재생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서울캠퍼스의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지도교수가 다른 관계로 어쩔수 없는 불이익을 겪게돼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침체시키고 사기가 위축되는 요인이 된다.

지방캠퍼스의 경쟁률이 점차 높아져 서울입학생과의 학력격차가 좁혀져가고 있는 추세인데도 교육여건의 이같은 엄연한 격차는 제2캠퍼스의 주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서울캠퍼스에 예속되는 현상을 가져온다.

이같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중요원인중 한가지는 중복학과의 설치이다.

한 학교에 2개의 같은 학과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의 시작이며 따라서 지방캠퍼스 학생들의 차등의식 발생과 취업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창적인 학문연구와 학교발전을 저해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제2캠퍼스의 전 학과중 중복학과설치는 평균 43%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장기간 본관점거 농성을 벌인 고려대 서창캠퍼스 학생들의 주요 요구사항중 한가지도 바로 중복ㆍ유사학과의 폐지와 단과대발전 방향제시였듯 제2캠퍼스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한 학생은 『지금은 분교라는 명칭은 없어졌으나 차등의식과 사회의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차라리 안산대학으로 학교이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기봉ㆍ송용회기자> <22면 계속>

◎본부는 가건물 서클룸은 막사/정못붙여 수업마치면 공동화/휴게실등은 “배부른 소리”/강의실 턱없이 모자라고/도서관 없는곳도 “수두룩”

<23면에서 계속>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고려대 서창캠퍼스 중앙에 있는 20여평규모의 퀸싯 가건물안에는 방학인데도 부총장과 보직교수 교직원 등 60여명이 비지땀을 흘리며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행정의 중심인 대학본부가 이곳으로 「쫓겨온」것은 지난해 3월. 극심한 강의실 부족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였다.

대학측은 그동안 사용하던 3층짜리 본부행정동을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개조해 전체강의실을 50여개로 늘렸으나 대신 서클룸으로 사용하던 이 가건물에서 대학업무를 보고있다. 선풍기 몇대로 무더위를 견디다 못한 교직원들이 건물지붕위에 물을 뿌리는 희극적 모습은 교육의 질을 떠나 기본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못한 제2캠퍼스의 현실을 말해준다.

이 학교 전체강의실은 4천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하루평균 강의실 이용률은 88%에 달하며 특히 2∼5교시에는 98%까지 올라가 빈강의실이 없을 정도다.

교육의 기본시설인 강의실ㆍ연구실ㆍ실험실ㆍ도서관에서 부터 기숙사ㆍ학생회관에 이르기까지 지방캠퍼스의 여건은 서울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중앙도서관이 없는 많은 지방캠퍼스에서 학생들의 면학의욕은 크게 뒤떨어지고 바늘구멍 찾기같은 기숙사 입사전쟁에 신입생때부터 지쳐간다.

고려대 서창캠퍼스는 숙원사업인 도서관을 16일 완공했으나 연세대,단국대,외국어대는 내년,경희대는 92년에 완공예정이고 많은 대학이 단과대의 1개층을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충분한 장서나 연구논문 등을 비치하지 못해 학생 1인당 도서수는 대학설치 기준령인 30권의 절반인 14권가량.

서울출신 학생들이 70%가량을 차지하는데도 기숙사 수용능력은 평균 10%선으로 역시 기준령의 15%선에 훨씬 못미친다. 지방캠퍼스 중에서도 비교적 큰 기숙사를 갖고있는 중앙대 안성캠퍼스도 올봄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4명이 한결같이 기숙사확충을 공약 1호로 내세웠을 정도이다.

대학의 기본시설이 이처럼 미비한 상황에서 학생자치활동 공간이나 휴게실 등 복지시설은 「배부른소리」로 여겨진다.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는 간이막사를 서클룸으로 사용하다 지난87년 겨울 화재로 유병진군(21ㆍ영문3)이 숨지고 학생 3명이 중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 사건이후 학교측이 학군단건물을 비워줘 학생회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나마도 올해말에는 넘겨주어야할 형편이라고 한다.

이같은 열악한 교육외적 환경으로 학생들은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귀가,지방캠퍼스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공동화현상을 빚는다.

또 지역사회에의 봉사나 연계활동 등도 생각하기 힘들어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따돌림을 받는 원인이 되고있다.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학교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지난88년 「제2총련」(제2캠퍼스총학생회연합 건설준비위원회)을 발족,연대투쟁 하면서 문교당국과 학교당국의 「분교정책」에 맞서고 있다. 서울캠퍼스 총장실을 점거,제2캠퍼스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요구하는 분규는 이제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으며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발전계획을 수립한 학교도 있다.

모든 지방캠퍼스가 부총장제를 두고 있으나 행ㆍ재정은 서울에 거의 예속돼 합의보다는 지시위주로 운영되는 것도 발전을 막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K대 한 보직교수는 『기자재는 물론이고 간단한 비품ㆍ물품구입마저 부총장의 도장을 받아 서울 본교의 경리과로 신청하는 실정』이라며 『1∼3개월을 기다려야 돈이 내려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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