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서구인 출국 불허… 국제여론의식 “인질”선언은 안해/제재강도 연계 선별출국 허용/미 군사행동 「아킬레스건」작용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미국과 이라크의 해상 충돌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쿠웨이트와 이라크 거주 외국인들의 운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라크와 쿠웨이트에는 이집트인 1백만명을 제외하고도 약 50만명의 외국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5일 현재까지 이들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5천여명 가량만이 갖가지 경로를 통해 탈출하거나 출국했을뿐 거의 대부분은 여전히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다. 이라크에 대한 해상봉쇄를 단행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인이 각각 3천여명씩이나 남아 있고 한때 전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소련인 9천8백여명도 아직 출국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쿠웨이트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라크는 자국 및 쿠웨이트 거주 외국인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출국을 허용할 방침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쿠웨이트 침공과 함께 모든 공항과 국경을 폐쇄,일부 서방외국인들의 필사의 탈출을 유발시켰던 이라크는 지난 10일 요르단과의 국경 일부를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제한적 국경개방조치의 대상 역시 제한적이었다.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동구권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완전개방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인 및 서구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외교관 여권소지자를 제외하고는 폐쇄된다는 것이었다.
이라크는 그러나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던 소련과 일본인에 대해서까지 선별적 출국 허용방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6일 이라크가 자국에 체류중인 일본인들에게 14일부터 일체 출국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의 이같은 변경된 조치로 5백여명의 일본인이 바그다드 등지에 억류돼 있다고 일본 외무성은 덧붙였다. 소련인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출국을 허용하고 있다. 유리ㆍ그레미츠키흐 소련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이라크 정부가 쿠웨이트 거주 소련인 8백명에 대해서는 전원 출국을 허용했으나 이라크 거주 9천명의 소련인에 대해서는 남자를 제외한 부녀자 등에게만 출국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지난 14ㆍ15일 요르단 국경선을 통해 19개국 4천여명의 외국인이 이라크를 출국했지만 이 가운데 북미인,서구인,일본인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도 출국금지가 일본인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라크의 이러한 선별적 출국 허용방침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당초부터 우려한대로 이라크가 「인질전략」을 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미국등 출국이 금지된 국가와 이라크마저도 억류 외국인들에 대해 「인질」이란 표현을 삼가고 있다. 미국은 출국이 금지된 자국인을 「잔류자」로 지칭하며 이들을 출국시키기 위해 이라크 당국과 다각적으로 접촉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소련도 서방국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음을 시인하면서도 자국민이 인질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들 억류 외국인들에 대해 「인질」이란 표현대신 「출국금지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조만간 출국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억류 외국인들이 과연 「인질」로 전락할 것인가. 물론 그러한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이라크는 억류대상 외국인을 그 국가의 대 이라크 제재강도와 교묘하게 연계시키고 있다.
이라크제재에 적극적인 미국과 영국 등 서구국의 국민들은 전면 출국금지 시키고 있는 반면 비교적 소극적인 소련에 대해서는 부분적 출국 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일본이 경제제재단계에 머물러 있을때는 출국을 허용하다가 일본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국적군에 대한 경제지원을 결정하고 나서자 출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방침을 바꿔버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때 이라크에 대해 국제적인 「목조르기」가 강화될때 이들 억류 외국인들이 인질신세가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이라크가 몇몇 국가를 제외한 기타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제한없이 출국을 허용하는 것도 억류된 외국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거에 출국이 불가능한 이집트인에 대해서 이라크가 유사시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을 뜻임을 은연중 비치고 있는 것도 「통제의 효율성」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사우디에 군대를 파병한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자국 거주 이집트인들을 따듯하게 대하라고 역설한 것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억류 외국인문제는 그 주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에는 「아킬레스건」이며 이라크에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 없다. 3천여명의 자국민이 사실상 이라크에 「인질」상태로 있는 한 미국은 도저히 적극적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역시 이들을 「인질」로 선언하게 되면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국제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추리해 볼 수 있다. 즉 자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각국의 대응여하에 따라 선별적으로 출국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제재조치의 균열을 꾀하는 한편,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해상봉쇄에 다른 국가가 더이상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 견제할 것이다.
또한 미국인을 계속 억류함으로써 이들의 출국을 위한 협상기회를 마련,사실상 단절상태에 놓인 대미 외교 교섭창구를 뚫으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집단적 군사적 제재가 없는 한 이들 외국인들은 「인질아닌 인질상태」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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