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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회간접자본 부족/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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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회간접자본 부족/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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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손실초래… 성장 잠재력 위협요사이 휴가철을 맞이하여 전국의 고속도로가 휴가차량으로 밀려서 이제는 예전의 국도보다도 통행의 속도가 느리다고 야단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 만약 박정희 대통령이 그당시 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겠느냐고 하면서 박대통령의 선견지명을 예찬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고속도로가 논의되던 당시의 신문을 뒤져보면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에 많은 반대가 있었고,심지어 학생들은 반대데모까지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그 고속도로가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시내교통 못지않게 정체되고 있고,오히려 왜 정부에서는 아직도 고속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있느냐고 불평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항만시설ㆍ전기 전화시설ㆍ상하수도 시설 등과 같은 것을 통틀어 사회간접자본이라고 하는데 만일 이러한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다면 이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사회발전에 저해가 되고 경제성장의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으로 경제발전이 저해되는 예는 소위 후발후진국으로 불리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요즈음 태국에서는 우리나라의 70년대와 같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불이 붙고 있는데 항만시설의 부족과 도로망의 미비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한다. 즉 선박들이 원료를 하역하기 위해 항구에 도착하면 시설부족으로 한달이상 기다려야 하역이 되고,이렇게 하역된 원료도 공장까지 가는 도로망의 마비로 운송이 지체됨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하는데 있어 공장 안에서 보다는 공장 밖에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또다른 예로 필리핀 마닐라의 경우에는 전력의 부족으로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완전히 정전이 되어 공장을 가동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근로자가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생산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이제는 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도로사정을 보면 이미 교통체증은 우리에게 생활화되어 당연한 것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개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현상태로 방치할 경우 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동안 도로교통의 체증으로 발생하는 차량운행비 손실과 시간손실 등 직간접 비용은 무려 10조1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산정하고 있다.

또한 항만시설의 경우 요즈음 국내건설경기 호조로 밀려들어오는 시멘트와 원목으로 인해 이미 항구에 도착한 수입물품이 15일 이상 기다려야 비로소 하역이 가능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선적하기 위하여 대기중이던 수출품들은 제때에 선적되지 못함으로써 수입선으로부터 납기위반의 클레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사정도 과거에는 남아돌던 것이 지난 몇년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져 있다. 심지어 수돗물의 공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식수를 받지 못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제6공화국 이후 그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일부에서는 6공화국에 들어와서 경제적으로 그전과 비교하여 교통도 잃었고,물가도 잃었고,중권시장도 잃었고,민생치안도 잃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채 그대로 경제운영을 하다 보니 어느날 갑자기 느끼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의 극심한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과 투자가 금명간에 나오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은 이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위협하게 되는 한계점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긴축예산과 팽창예산에 대한 논쟁이 한창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우리경제가 직면한 당면과제는 긴축예산이든 팽창예산이든간에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예산배정의 제1순위에 놓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산에만 의존하지 말고 차관도입이나 민간유치 등의 특별대책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과감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경제에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당위성의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물가안정에 밀려 사회간접자본의 투자가 위축됨으로써 만일 도로와 항만이 부족하여 화물의 운송이 지체되고 전력부족으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이는 경제성장은 고사하고 오히려 경제가 후퇴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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