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진화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생물의 종은 불변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절멸과 신생을 거듭하며 점차 변화되어왔다는 이론이다. 1백30여년전에 나온 이 이론은 지금도 학자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생물학자는 폭포의 아래쪽에 사는 송사리를 폭포위쪽으로 옮겨 생태변화를 관찰한 결과 놀랄 만한 변화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같은 변화는 천적 때문이었다고 한다. 폭포아래쪽에는 다 자란 송사리만 잡아먹는 천적이 있는데,폭포위쪽에는 반대로 새끼송사리를 먹는 천적만 있어 폭포위로 옮겨진 송사리는 폭포아래쪽 것보다 포란기간은 길어지며 새끼는 적게 출산하는등 새로운 환경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변모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어디 생물뿐일 것인가. 사람의 의식이나 생각도 새로은 질서나 환경에 따라 변화ㆍ발전하는 게 진화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광복 45주년을 맞은 요즘 어느 구미언론에서 2차대전 종전 당시와 너무나 달라진 오늘의 현실을 빗대어 『대전의 전리품은 승전국이 아니라 패전국들 차지가 되고 말았다』고 표현하고 있는 게 참으로 신랄하다. 오늘날 일본과 독일이 반세기전의 패배와 파괴의 참담함을 딛고 일어서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을 뜻한다. ◆미군 점령과 분단의 수모를 겪었던 두 나라였다. 하지만 승전국 미ㆍ소가 냉전체제를 구축,군비확장으로 치닫고 있을 때 그 핵우산속에 숨어 묵묵히 기술과 실력을 키워온 두 패전국이 아니었던가. 도산의 가르침인 무실역행을 실감케 하는 두 나라의 놀라운 적응능력과 의식변화가 되레승전국 대신 경제력이라는 세계적 전리품을 차지하는 오늘의 결과를 낳았을 법하다. ◆지금은 우리도 그동안 과연 얼마나 진화론적인 적응과 의식변화와 성장을 이룩해왔는가를 조용히 자문 해 볼때이다. 『하면 된다』며 경제를 좀 일으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강점했던 남의 나라 기술에 매달려 있다. 또 남은 풍성한 재력을 바탕으로 통일을 쉽사리 성사시키는데,아직도 낡은 냉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다. 그리고 정치부재를 태연히 연출하고 있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을 생각하면 이땅이 마치 진화불모지대인 것만 같아 안타까운 광복 45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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