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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서부터 돌려주라/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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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서부터 돌려주라/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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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찌는듯 하던 삼복더위 속에서 있는지 없는지 조차 잘 알 수없었던 정국의 움직임이 더위가 가시면서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지방에 휴가를 떠났던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귀경해서 14일 기자회견으로 먼저 대여포문을 열었고 같은 날 일본에서 늦게 돌아온다고 구설수에 올랐던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은 청와대를 방문했다.

며칠전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대표위원­박태준 최고위원간의 3자 모임에 이은 여당내의 조율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다.

여야 지도자들이 이처럼 여름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은 정기국회가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야당의원들이 계속 국회를 보이콧할 것이냐 아니면 등원할 것이냐는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어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은 야당이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는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급선무이지만 설사 야당이 등원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사전정비작업이 충분하게 되지 않을 경우 국회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측의 연쇄 청와대 회동이나 김총재의 회견을 보면 이같은 정기국회의 숙제를 푸는 해결책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그저 여당은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맴돌고 있고,야당은 대정부공격 일변도로 나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여야가 맴돌다보면 정기국회는 보나마나 시작부터 파탄을 면치못할 것이다.

어느 쪽에선가 극적인 양보를 함으로써 정기국회를 살릴 수 있다면 그쪽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은 틀림없다. 자기주장만 고집한 나머지 정기국회를 처음부터 수렁으로 빠뜨릴 경우 어느 쪽이든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야당을 끌어들이는 일이 급선무라면 여당은 우선 야당의원들의 일괄 사퇴서를 반려하는 것이 첫 수순이다. 사퇴서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은 대야관계 개선무드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시 협상의 카드로 쓰려고 쥐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빨리 사퇴서를 되돌려주고 난 뒤에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민자당이 무슨 타이밍을 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정기국회에 임박해서 반려하면 너무 늦다.

8월분 세비를 받는 날짜가 20일이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표를 낸 야당의원들이 8월분 세비를 챙길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전에 사표를 되돌려 준다면 궁지에 몰린 야당에게 숨구멍을 터주는 여당의 배려로 인식될 수도 있다. 사퇴서를 받아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서먹서먹하고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사퇴서를 수리할 의사가 없다면 오랫동안 쥐고 있는 것은 보기에 이상하다. 하루 빨리 돌려주는 것이 여당의 이미지면에서도 보탬이 되고 야당쪽에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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