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생리에 리듬이 있듯이 유기체로서의 한 사회도 나름대로의 움직이는 사이클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습성,생활 습관같은 것으로 인위적인 제약에 의해 불가피하게 적응하는 형태로도 이뤄지기도 하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자율적인 필요나 조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우리가 해방직후인 45년 9월7일부터 82년 1월5일까지 무려 36년 4개월동안 지켜온 이른바 통행금지는 우리 일상의 리듬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속박이었으면서 불가피하게 우리 매일의 리듬이었던 것이다.
통금해제로 이 리듬은 깨졌다. 우리의 24시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오랫동안 타의로 참아온 속박이 사라진 데 대한 반작용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활동시간의 절대량을 늘렸다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효과도 나타나겠으나 우리 사회의 가동시간의 연장은 그만큼 비용을 수반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었고 에너지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정작 금년 1월1일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은 딴이유에서였다. 과소비와 퇴폐풍조의 만연을 막기 위해서였다. 시간의 제약에서 풀려난 야간영업에 퇴폐,범죄 등 각종 부작용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그런지 8개월 만에 이번엔 OPEC유가인상,중동지역의 긴장고조로 에너지절약차원에서 서울은 16일부터,기타지역은 20일부터 주유소의 심야영업이 단축되게 됐다. 제약이라고까지 할 것 없지만 그래도 전에 비하면 불편할 것은 틀림없다.
우리가 여기서 지적하려하는 것은 심야생활의 문제이다. 물론 필요와 직결되는 것이면 의당 있어야겠지만,불필요한,통금해제의 반작용 같은 것은 이제 절제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당면한 에너지문제에 도움이 된다면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그것이 우리의 고통스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생활의 방만함ㆍ무절제를 바로 잡으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지난번 심야영업 금지와 함께 우리 생활사이클을 정상화한다면 아무런 불편도 없는 것들이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것이다.
그토록 여러번 경제성장을 구가했고 세계적으로 어느나라보다 손색없이 높은 교육수준을 되뇌어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 시민생활의 리듬이나 사회생태의 사이클이 타율적 규제아닌 자생적 패턴으로 우러남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생각이 머무르는 것이다. 더구나 이것이 에너지 절약은 물론 우리 사회전체를 건강하게 자리잡게하는 것이라면 더 주저할 것이 없다.
이미 우리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임을 자부한다. 그러기에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자율적 적응이 표출되어야 한다. 유흥업소,주유소 등의 심야영업시간 단축은 한 여건의 인위적 산물이지만 실은 그런 「인위」없이도 스스로를 다듬는 시민생활상도 자리잡을 때가 됐음을 느낀다.
타율,규제 등은 이미 반겨지지 않는 시대임에 비추어 때마침 바캉스철도 끝나가는 때에 하나의 계절적 전환점에서 사회구성원끼리의 스스로 하는 자기점검의 시간도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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