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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45주년 청산못한 「일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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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45주년 청산못한 「일제」(사설)

입력
1990.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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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오늘 우리는 해방 마흔다섯돌을 맞는다. 그것은 이 민족이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난 지 반세기를 코앞에 두고 있음을 뜻한다.그러나 반세기를 코앞에 두고 있으면서 우리는 아직도 지난날 통한의 사슬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로 숙명적인 이웃인 일본과 우리는 적어도 문명된 국제사회의 양식에 걸맞는 「과거청산」을 하지 못한 채로 있다.

일본은 아직도 지난날 그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야만적인 침략과 가해자의 죄과를 사과하는데 인색하고,그 유산인 재일 한국인의 법적지위에 부당한 차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 그들은 태평양전쟁중 무참하게 짓밟힌 우리 동포의 진상을 감추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는 아직도 지난날의 한반도 강점을 음으로 양으로 정당화하도록 꾸며져 있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5천달러시대」라고 하지만,무역마찰속에 미국시장에서 힘겹게 벌어 일본에 갖다주는 구조적 상황에 있다. 그나마 미국시장에서 얻는 흑자는 줄어들고,일본에 대한 적자는 늘고 있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지난날의 유산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우리 사회와 마음속에 아직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소위 「일제잔재」들이다.

최근에 밝혀진 한 조사로는 90%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일제잔재가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서울대 인구및 발전문제연구소). 이것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20대이상 성인남녀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일제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집단으로 정치인(32.2%)이 첫 손꼽히고,이어서 경찰ㆍ기업ㆍ문화예술인의 차례로 돼 있는 것은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현상이다.

87년 6ㆍ29선언이후 「민주화」란 이 나라의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대표적 구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집단이 일제잔재를 가장 많이 지닌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이 경우 「일제잔재」란 바꿔 말해서 반민주적인 강권통치요 권위주의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라는 시대적 구호속에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안주하고 있는 동안,국민의 눈은 일제잔재를 지목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은 물론 정치인들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찰과 기업과 문화예술인도 빠지지 않았다면,우리 사회의 주요부문이 거의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뜻한다. 관료집단이나 기업 그리고 문화예술인등이 특히 지목된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충분히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일본은 반세기가 아니라 영원히 지난날의 죄과를 분명히 청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우리가 미국에서 벌어 일본에 갖다주는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소위 「한강의 기적」은 빛을 잃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정치가 반세기 가깝도록 안정된 민주제도의 기반위에 올라서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정치권의 심각한 반성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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