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개벽의 설화가 담긴 백두산은 오래전부터 민족혼이 깃들여 있는 영산이자 성산으로 불려왔다. 면적 20㎢,수심 3백12m,수량 2백만톤의 화구호인 천지를 머리에 이고 있어 백두산은 그 신비를 더해준다. 빛바랜 옛 사진이나 상상도가 아니라 백두산서 막 찍어온 천지의 비경이 원색으로 국내신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1985년 3ㆍ1절을 전후해서 였으니까 5년 전이다. ◆신문마다 경쟁적으로 다룬 원색특집화보의 제목은 『아! 백두산천지…』하는 절구였고 화사하고 선명한 원색화보에 실린 절경에 독자들도 황홀하게 도취했었다. 그 얼마후부터 중국대륙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중국대륙과 만주벌판을 돌고 돌아가는 백두산 길이 뚫렸다. 천지주변서 민족통일을 기원하는 천제며 춤판이며 대동굿이며 행위예술을 펼쳤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요즈음 부쩍 늘었다. ◆백두산서 가까운 연길의 백두산하반점이라는 호텔은 8월 한달동안 8천여명의 한국손님 예약을 소화하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것이고 중간지점의 산간벽촌 송산마을은 매일 3백여명의 한국여행객에게 점심을 대느라고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여름휴가와 북경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면 백두산을 다녀온 한국인이 1만명은 되리라는 계산이다. ◆연길서 백두산까지는 고물버스로 비포장도로를 8시간 달려야 하지만 주차장서 버스를 내려 200m만 걸으면 천지를 내려다보는 등성이에 이른다. 등성이의 표고가 대략 해발 2500m,정상까지는 200m이상 더 올라가야 하고 천지수면까지는 그쯤은 내려가야 하지만 대개는 이 등성이에서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버스여행이 고역일 뿐 보행거리는 남산 오르는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발 한발 땀흘리며 걸어서 2744m의 정상을 디뎌야만 백두산을 오른 것이지,단지 200m 걸은 것으로야 산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산악인들의 의견이지만 요즈음처럼 백두산서 이런저런 행사를 했다고 기념사진 돌리며 자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민족의 영산이자 성산인 백두산마저 오염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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