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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과 박수/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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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과 박수/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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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동사태는 군사대결에 못지않게 말의 향연으로서도 볼 만한 대목이 많은 「잔치」다. 특히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궤변은 압권중의 압권으로서 그는 침략자가 아닌 해방자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서방세계만이 그를 매도할 뿐 아랍권의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시각의 차는 유엔안보리와 아랍 정상회담이 이라크에 대해 쿠웨이트로부터의 무조건 철군을 요구한 데 대해 후세인이 이른바 「글로벌(Globa) 철군」으로 대응하자 아랍권 국민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나오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쿠웨이트합병의 최대이유로서 식민적 「분할의 종식」,즉 범아랍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페르시아만의 다른 다섯 왕국과 마찬가지로 석유부국이면서 중립과 외교술로 독립을 유지해왔으며 다른 왕국들이 전염을 우려할 정도의 민주적 전통을 최근까지 가졌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전통은 40년전까지 평민의 교육을 금지시키고 흡연에 사형까지 과한 여타 페만의 왕국과는 분명히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쿠웨이트는 수익성 많은 왕가의 사업을 조사하려고 국회가 성가시게 굴자 이를 해산하고 임시국가위원회의 설치를 승인했었다.

쿠웨이트 의회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반대자들도 불만호소의 유일한 창구로서 존경해오던 터였는데 그 국회의 해산으로 왕족과 일반국민들의 간격은 더욱 넓어졌다.

국민들의 귀와 눈물을 막아 세상의 변화에서 국민을 격리,우민화하여 정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고 세상의 변화가 덮어질 수 없다.

후세인은 그러한 시대착오적인 정부보다는 그들을 반대하는 대중에게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아랍혁명의 차원으로 자신의 행동을 승화시키려 하고 있다.

『후세인은 히틀러가 아니라 비스마르크』라는 아랍 지식인도 있다.

카이로호텔에 넘실대는 석유 부를 보면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한 지도자가 내부적 변화의 역량을 차단하여 연명코자 할 때 노리는 것은 외세뿐이란 것을 이번 이라크­쿠웨이트사태는 되새겨 주고 있다.

후세인대통령의 궤변이 통하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카이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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