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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들 “풍요속 빈곤”/45개월째 평균 5%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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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들 “풍요속 빈곤”/45개월째 평균 5% 성장

입력
1990.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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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폭등 주생활 과밀화로 질 저하/고물가와 길어진 노동시간에 시달려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만은 사상 유례가 드문 호경기를 45개월째나 계속 구가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 경제기획청이 각의에 제출한 금년도 경제백서(연차보고서)에 의하면 86년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번의 호경기는 65년 10월부터 70년 7월까지 57개월간 계속된 「이자나기경기」에 뒤이어 기간으로는 제2위를 마크하고 있으며,당분간 경기침체의 전망도 없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이같은 호황이 실생활에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통계상의 경기」라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땅값과 물가의 사슬을 탓하고 있다.

경제기획청도 백서에서 땅값상승으로 인해 자산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성과배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풍요로움을 골고루 나눠 갖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백서에 의하면 경기상승세가 만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일본기업들의 기술개발 및 제품개발력,정보가 자유로이 유통되고 생산의욕을 높여주는 일본형 기업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이다.

89년도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은 88년보다 약간 둔화됐지만 경제선진국으로서는 엄청난 5%를 기록했다.

80년부터 10년간의 평균실질성장률(4.2%)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것인데 이 가운데 경제성장에 대한 기술발전의 기여도를 보면 일본은 40%,미국은 30% 였다. 일본의 경제성장이 기술혁신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일본경제의 성장은 기업의 연구개발에 의한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때문이다.

기업이 응용연구 신제품개발 생산기술개발을 성공시키려면 기업 내외에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하고 갖가지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 특히 정상적인 종적명령체계보다는 비공식적인 횡적유통이 중요하다.

인간의 욕구가 다양화해 가고 있으므로 기업은 그러한 변화를 정확히 포착,소비자들이 원하는 질 좋고 성능이 좋은 상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팔아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정보룰 신속하고 폭넓게 수집해 생산현장이 그러한 변화에 세심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것이 백서의 지적이다.

일본 기업내의 다각적인 정보유통은 외국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일본기업은 직급에 따라 정형화되지 않은 정보의 교환을 중시하고 있어 기술혁신이나 제품 개발력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해외 정보의 다각적인 교류를 통해 어느 나라의 소비자들이 어떤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느냐 하는 시장정보를 정확히 판단,「미끼」를 새 것으로 바꾸거나 포장 또는 도색을 그럴 듯하게 바꾼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동경주재의 한 한국금융인은 일본인을 「낚시의 천재」라고 비유한다.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이나 미끼를 발견,어항을 놓아 송두리째 포획하거나 줄낚시로 잡아올리는 기술에 비유한 낚시기술론은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새로운 미끼」의 위력을 절감케 하는 비유이다.

게다가 일본기업들은 종신고용 연공서열임금 기업별노동조합 내부승진제도 등 생산성을 자극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투자촉진 기술개발향상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80년대 10년동안 일본의 국민 1인당 GNP는 50% 가까이 늘었다. 일본의 국민순자산인 국부의 총액은 88년말 현재 2천8백4조엔. 이 가운데 법인기업자산이 5백18조엔,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소유가 2백56조엔,개인기업을 포함한 가계부문이 1천9백85조엔이다.

가계부문이 보유한 부의 구성을 보면 토지가 1천1백98조엔,예금주식 등 순금융자산이 5백48조엔으로 1세대당 2천9백50만엔 상당의 땅과 1천3백50만엔 상당의 현찰성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엄청나 보이는 통계수치에 대해 일본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83년 이후 동경을 중심으로 한 땅값광란 때문이지,실제로 생활이 윤택해졌거나 재산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의 땅투기가 심해 토지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하다. 토지자산가중 상위 10%가 차지한 땅면적은 83년에는 45%였으나 90년에는 53%로 무려 9%포인트나 늘었다. 상위 20%에 속하는 자산가들의 소유면적은 66%에서 73%로 늘었다.

경제백서는 이같은 현상을 「풍요속의 빈곤」의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부동산의 폭등으로 인한 주생활의 질저하,둘째는 대도시의 비대화현상에 사회자본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해 과밀현상이 가속되고 있으며 ▲상품과 서비스의 값이 비싸졌고 ▲노동시간이 길어져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계속 가난하다」든가,「경제는 선진국,주생활은 후진국」이라는 자학적인 말들이 모두 분배의 불공평에서 온 현상임을 일본정부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학졸업자의 평균임금이 16만5천엔. 기업마다 대졸자를 확보하기 위해 입도선매하는 「구인전쟁」은 이율배반적 현상이지만 그러한 모순속에서도 일본경제가 끝간 데 없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세계속에 단하나 예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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