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분기별 경제전망을 훑어보면 경제 현실에 대한 학문적 처방과 당국의 정책운용기조 사이에서 곤혹을 겪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KDI는 우리 경제가 올 하반기에도 상당한 물가상승에 시달릴 것으로 분석,정부가 통화와 재정의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런데 지난 6월의 전망과 달리 이번 진단에는 사족같은 단서조항이 덧붙여 눈길을 끈다.
긴축을 시도하되 지나친 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통화긴축은 금융경색을 불러 설비투자 활동을 저해하고 증시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재정의 경우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기술개발지원 등 투자성 지출을 억제,향후의 생산성을 낮춰 성장잠재력에 손상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충고다.
KDI는 지난 6월 물가안정을 위한 재정긴축을 주장하다 두달도 못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6∼28% 늘려야 한다』고 확대재정론으로 변신,『국책연구소가 당국의 바람잡이냐』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었다.
따라서 이번 단서조항은 기존논리와 당국의 정책기조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절충점을 모색하는 고민끝에 갖다 붙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물론 예산과 주요 인사권을 소속부처의 재량에 맡기다시피한 정부출연 연구소더러 당국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또 산하연구기관과 소속연구원을 정부시책을 이론적으로 포장하고 손뼉이나 치는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관계공무원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옹색한 입장의 국책연구소만 나무랄 수 없는 측면도 크다.
그렇지만 이들 연구기관의 진정한 출연자는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예산재원을 만들어 주는 국민들이 아닌가.
간혹 정부의 주장과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나오더라도 당당하게 맞서 정책실무자의 시각을 바꿔주는 성숙한 모습을 대다수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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