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치안이 갈수록 걱정이다. 신임 내무가 취임하면서 C3순찰대를 조직,즉시 출동을 독려하고 경찰관의 범죄검거 실적을 점수화까지 해가면서 다그치고 있다지만 들리는 건 정말 걱정스런 일들 뿐이다.대낮 강도,추행,살인,납치 등 강력범들은 끊일 새 없이 날뛰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범인들을 잡아 낼 일부 경찰관들마저 있을 수 없는 불법과 난동에 가담,시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며칠사이에만도 서울에서 전경 집단탈영과 투신자살 소동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마약전담반 형사2명이 히로뽕 밀매총책을 검거하려는 다른 경찰관 4명을 따돌리면서 도피시켰는가 하면,서울에선 또 강력반 형사로부터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한 건을 부탁받은 정보원들이 고교생을 납치해 강도짓 자백을 강요했던 사건마저 있었다.
경찰관들의 이같은 범법과 망발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전국에 지명수배된 히로뽕 총책을 빼돌린 건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만 같고,실적을 위해서는 멀쩡한 학생마저 강도로 모든 파렴치 앞에 누구나 할말을 잊게 된다. 더구나 일부 경찰관들의 이같은 행위가 박봉과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불철주야 민생치안의 파수꾼 노릇을 하고 있는 전체 경찰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감마저 떨어뜨릴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는 장관이나 치안총수의 민생치안 다짐이나 독려에도 불구하고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려진 바로는 정부조사로도 전국 경찰관중 실제로 민생치안에 동원되는 경찰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력은 고유경찰 업무와는 거리가 먼 시국치안및 기타 행정업무들에 손을 뺏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환경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고 범죄자들은 고도로 조직화ㆍ기동화ㆍ흉포화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같은 대비에서 경찰이 안고 있는 엄청난 문제와 심각한 내부갈등을 읽는다. 상부에서는 어려운 실정을 알고서도 실적을 위해서는 점수제를 강요하고 부작용이 큰 정보원활용을 눈감아 주는 등의 비민주적 조직관리를 여전히 계속하고 있고,강요에 시달린 하부조직에서는 실적을 위장하는 적당주의나 무사안일주의,그리고 개인적 실속이나 차리려는 부패풍조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럴수록 상부의 다그침은 더욱 강경해지고,하부의 불만이 쌓이면서 불미스런 독직사건이나 직무유기사건도 잇달아 터져나오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가 심히 우려되는 오늘인 것이다.
다그침이나 실적 강요만으로 민생치안이란 국가대사를 해결하려는 지금까지의 무리한 자세에는 일견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명령만 내릴 게 아니라 하부조직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엄청난 신상필벌과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바로 서고서야 민생치안이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질서의식과 준법정신 함양을 통해 고된 경찰의 일손과 민주적 체질개선을 도울 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