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의 개선ㆍ보완책으로 검토돼 왔던 평준화 지역내 「일부고교의 경쟁입시 부활방안」이 백지화돼 버렸다. 말썽많은 서울의 「8학군조정안」도 무위로 끝나 버렸다고 한다. 노대통령의 발제로 문교부가 「연합고사에 의한 학군별배정」의 전국 18개 도시 고교평준화 지역에 「독자적인 입시에 의한 학생선발을 하는 고교」를 가미하는 2원적인 고교입시 제도에 대한 연구ㆍ검토에 착수한 것은 지난 2월9일이후 부터다.우리는 그동안 본란을 통해,현재의 평준화란 고교입시 제도가 근본적으로 탈피할 수 없는 「교육의 수월성결여」를 해결키 위해서는 「경쟁입시 고교의 부분적 허용」밖에 없다는 것을 수차에 걸쳐 강조했고 문교당국의 분단에 기대를 걸어왔었다.
그러나 11일 문교부는 6개월의 고심끝에 평준화의 근본적인 모순을 수술하기를 포기하기로 한 것같은 발표를 보면서 적지 않은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 고교의 입시 부활은 평준화의 기본골격을 위태롭게 하며 여론조사결과 평준화 유지쪽이 압도적이었다는 문교부의 변명은 2세들의 참된 교육과 입시제도가 지닌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외면한 채 현실속에 안주해 보겠다는 보신주의와 행정편의의 표본처럼 들릴 뿐이다. 우리에게서 평준화를 배워간 일본은 우리의 결함을 보완키 위해 사립고의 입시전형을 가미,고교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살려줌으로써 교육의 획일주의를 탈피하고 있음은 익히 아는 바이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의 지시때도 평준화의 기본골격은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개선 방향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교부는 평준화냐 아니면 전면 경쟁입시 부활이냐는 식으로 연구ㆍ검토방향을 설정한 듯한 입장을 보였으며 용역을 맡은 연구팀이 여론조사 대상으로 중3 학부모와 중ㆍ고교교사들만을 선정했다는 것과 설문도 양자택일식 위주였다는 것만 봐도 2원적인 입시제도를 도입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보여진다. 도청소재지인 춘천을 아예 평준화 지역에서 해제,경쟁입시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게한 것을 보면 문교부의 이번 방침은 평준화 폐지가 아니면 고수였지,평준화속의 개선방안 모색이 아니었다는 것은 입증이 된다. 그러면서 문교부는 고육책으로 평준화 보완방안을 내놓아 국민적 관심사를 어물어물 해버리는 듯한 자세마저 보이고 있다.
과학계및 예ㆍ체능계 고교확충,외국어 고교증설,영재교육을 위한 사사제도입,능력별 이동수업 권장 등이 그것이다. 평준화속의 고교교실에서 시들고 있는 수재들이 꼭 과학계통과 예ㆍ체능계 뿐이란 말인가. 외국어 고교가 고교생의 외국어 특수교육기관이라고 보는 눈먼 문교정책 당국자들이 한심키만 한다. 외국어 고교들이야말로 학군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시험으로 뽑아 대학입학률을 높이는 신흥명문고가 되었음을 알기나 하는지를 묻고 싶다.
어쨌거나 학군별 추첨배정이란 단선고교입시제도와 그 결과로 「수재와 지진아들」을 한 교실에 수용해 고교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시키는 현행 고교평준화제도는 입시제도의 2원화로 개선해야만 한다는 중등교육의 숙제는 언제 누가 풀어도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라는 우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것이 지금의 문교정책 담당자들의 무기력과 안이한 자세로 인해 기약없이 뒤로 밀려났음을 애석해 할 뿐이다. 교육제도와 참된 교육의 내용과 방향은 결코 불특정 다수의 여론이나 이해에 의해 결정되는 것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예견하는 철학이 뒷받침된 지혜로 결정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것도 일깨워 주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