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요 폭발… 7월 화폐발행액 2천4백억/큰 손들 사채ㆍ증시도 이탈 「안전한」외국은 선호/해외송금 사상최대… 수억대 수표 휴대 출국도4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사정활동이 자금출처조사등으로 인해 실명제추진때보다도 더 강한 위력을 발휘,국내 금융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지난해 실명제추진으로 몹시 흔들린 고액계좌,큰 손들이 미처 제도권 금융으로 환류되기도전에 다시금 연이어 사정한파가 몰아닥쳐 국내 금융시장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정한파가 좀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중에 현찰유통액이 크게 늘어나는가하면 해외로 뭉칫돈이 대거 빠져 나가고 사채시장마저 큰 손이 숨어버려 자금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아울러 최근 극도의 부진양상을 보이고 있는 증시에서도 사정활동의 영향이 적지않아 사정장세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이기도 하다.
사정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보다도 큰 손들이 몸을 사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일단 자신을 안전하게 만든 뒤 표시나지 않는 행보를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찰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제법 큰 액수의 돈을 수표로 움직일 경우엔 사정당국의 추적을 쉽게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돈의 경로가 지워져버리는 현찰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일선 은행창구에서는 수억원의 돈을 현찰다발로 인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실제로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은 지난 6월 한달간 1천1백96억원이 늘어난데 이어 7월에는 2천4백29억원이 또 늘었다. 여름휴가 탓도 있으나 사정활동을 피하기 위한 현찰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한 큰 손은 당분간 돈을 집앞 땅에 묻어두었으면 두었지,은행에는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조로 얘기하더라고 한 은행임원은 전언하고 있다.
사정한파로 인해 국내자금의 해외유출도 크게 늘고 있다.
공식통계상으로도 지난 6월중 해외송금액이 1억달러에 달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5월 지나친 해외자금유출을 막기위해 국세청조사대상 개인송금한도를 종전의 연간 3만달러에서 1만5천달러로 줄이는등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개인송금액은 오히려 더 불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실명제추진 당시보다도 더욱 심한 자금유출이어서 금융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공식적 유출말고도 고액원화수표를 몸에 지닌채 출국해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한인사회가 있는 미국 LA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고액 자기앞수표가 적지않게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렇게 빠져나간 돈들을 LA를 중심으로 한 미국 서해안 일대의 별장등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인사회를 비롯한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자기앞수표 휴대출국이 선호되는 이유는 여러사람 이름을 빌려 해외로 송금하더라도 쉽게 국세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우려가 크기 때문. 기업가인 조모씨(53)는 실제로 여러사람 명의로 해외로 돈을 보냈다가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난후 고액 수표를 갖고 출국하는 방식을 애호하고 있다.
사채시장의 큰 손들도 실명제때보다 더 몸조심에 신경써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실명제 추진때야 설혹 잘못되는 수가 있더라도 세금을 물면 그만이었으나 최근엔 여차하면 몸을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지않은 큰 손들이 사채시장에서 돈을 거두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서도 큰 손들이 대거 장을 이탈했으며,장세가 다소 호전되는 경우에도 돌아올 기미가 거의없어 증시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빼낸돈의 은신처로는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 선호되고 있기도 하다. 국내은행들이야 사정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도리없이 거래내역을 밝히지만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법원의 영장이 없는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여파로 중소기업인들조차 주변에 성의표시를 할때에 반드시 현찰을 이용하는 게 관례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괜히 수표로 줬다간 선의로 한 행동이지만 그 수표가 돌고돌다가 당사자나 혹은 주변인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에 대해 현찰사회에서 수표사회,신용카드사회로 가던 방향이 일시에 교란돼 다시 현찰사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은 사정여파에 의한 고액계좌인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아쉬워만 하고 있다. 고객이 돈을 인출하고자 하는 이유가 신변안전을 위해서이니 뭐라고 말릴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사정한파에 의한 금융시장 교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사정활동기간을 되도록 줄이는 한편 사정활동의 방향이 과거캐기 보다는 앞으로의 독직ㆍ수뢰예방에 중점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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