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 격론… 「아랍 자결」 어정쩡 결론/“철수원상회복” 채택… 일단 성공/「아랍군」 창설 한목소리엔 실패/미등 외세개입엔 민감… 형제국 신뢰회복 자족지난 10일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특별정상회담에서 아랍연맹회원국들이 사우디와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의 방위지원 요청에 호응키로 한 것은 일단은 「아랍 자결주의」의 승리로 보인다.
근대사 초유라는 아랍형제국의 다른 형제국 침입은 이곳 신문들의 지적대로 아랍의 단결과 신뢰,그리고 아랍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것이었다. 때문에 그 복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절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 자체가 성사된 것은 일단은 아랍세계의 신뢰유지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랍의 이미지 손상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합병에서 뿐 아니라 미군의 사우디파병에 의해서도 저상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래서 아랍연맹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이해에도 불구,일단은 긴급정상회담이라는 같은 배를 몇시간이나마 함께 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협의안의 채택도 각국대표들의 난상토론끝에 다수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그점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의 한계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결의안은 유엔안보리의 결의대로 형제국 쿠웨이트를 공격한 이라크를 비난하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과 기타 침공으로 인하여 파생된 결과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라크에 쿠웨이트로부터 즉각 철군할 것과 90년 8월1일 침공이전 상태로의 조속한 환원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이라크침공이전의 합법적 정권의 환원을 재확인하고 사우디와 기타 페르시아만국들의 행동이 아랍연맹규약과 유엔헌장에 따른 자위권적 조치임을 확인했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사우디의 미군개입에 대한 아랍의 고민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결의안은 이라크군이 전면 철수하고 쿠웨이트에 합법정부가 복귀된 이후 그 조치는 정지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이집트의 무바라크대통령이 주장한 아랍연합군의 편성이 부분적으로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랍지역의 외세개입은 전반적으로 이 지역에 고조된 아랍내셔널리즘과 상충되는 것이다.
이는 많은 아랍의 매스컴이나 지도자들도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의 알메사지는 『이번 정상회담이 아랍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합의할 것은 단 한가지 외국의 전함과 전투기들을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아랍의 틀」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통인식인데 그것은 이집트도 이라크도 마찬가지지만 이 회담을 제한적이나마 성공을 거두게 한 셈이다.
물론 이번 회담은 또 각국이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천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모양을 갖추기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라크의 타리크ㆍ아지즈외무장관은 『만일 사우디나 요르단이 외세를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일이다. 그러나 그 구실을 이라크에 대한 위험성이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후세인대통령의 주장처럼 역사적으로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한나라였음을 강조하고 이라크의 합병의 명분인 「식민적 분할의 종식」을 되풀이했다.
한편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실추된 자신의 이미지을 고양키 위해 양측의 입장을 살리는 「균형 잡히고 정열적인 노력」을 경주했다.
기조연설에서 그는 『이 회담이 이라크를 성토하는 장소가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이라크는 우리 모두의 일부로서 우리는 어느 한쪽을 희생하면서 다른 쪽을 편들자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랍의 우산이 최선의 선택이며 그 이외의 대안은 있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무라바크대통령의 연설내용을 요약해 보면 「아랍의 자중지란」 「아랍은 이 시대의 병자일 수 없다」 「이 싸움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체면과 안보를 동시에 잃을 시점이다」는 등으로 중립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결국 회담개막을 하루연기 하면서 각국 입장을 조화시켜려는 막후노력으로 10일의 결의안이 탄생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집트측은 이번 결의안이 갖는 법률적 특성을 설명했다.
카이로대의 한국제법교수는 『아랍연맹의 결의가 만장일치여야 하는가,아니면 다수결로도 가능한가』하는 질문에 대해 『전원일치라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면서 『연맹규약 7조에 따르면 만장일치 결의안은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하고 다수결은 원하는 나라면 지키면 된다』고 부연했다.
연맹이 집단적 제의를 채택할 경우 헌장은 3조에서 전원일치 채택을 규정하고 있으나 만일 회원국중에서 한나라가 침략당했을 경우 당사국은 연맹에 회담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침략국은 만장일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 결의안은 또 『아랍연맹의 이름에 의한 군사원조는 불가능하며 다만 부분적인 파병은 가능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즉 결의안은 집단적 제안을 연맹이 채택한 것이 아니라는 풀이이다.
아랍군 편성의 세부사항은 사무총장이 15일이내에 보고서를 연맹회의에 제출토록 되어 있어 각국의 막후접촉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복잡하게 얽힌 중동의 이해관계 속에서,그리고 이라크의 형제국 침범에 공분하는 세계의 여론앞에서 아랍최대의 공약수를 창출해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이번 회담이 성공이면서도 동시에 실패라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는 요인이기도 한데 이같은 결과는 회담전부터 예상되어온 것이기도 하다.<카이로=김영환특파원>카이로=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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