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참전→확전으로 유도/아랍 단결불러 고립탈피 기도/대전상황땐 화학무기 대 핵무기 대결까지 갈 듯범세계적인 제재조치로 고립된 이라크가 몇안되던 아랍의 맹방들로부터도 차례로 등돌림을 당함으로써 「사막의 미아」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에 동조적 태도를 보여온 요르단은 9일 유엔결의를 존중,대이라크 제재조치에 동참할 뜻을 밝혀 이라크를 경악케 했다.
아랍권의 대세가 이제 반이라크로 굳어졌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요르단의 제재동참 결정은 이라크의 마지막 생명선이 끊기게 됐다는 실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의 송유관을 차단하고 미군이 페르시아만을 봉쇄하려는 현 시점에서 이라크가 외부로 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요르단뿐이다.
그러므로 요르단마저 문을 닫는다면 이라크는 사면이 완전 차단된 고립무원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라크에 대한 요르단의 군사ㆍ경제적 의존도를 감안한다면 요르단의 이번 결정은 국가의 사활을 건 결단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요르단은 국내 원유소요량의 95%를 이라크로부터 수입하며 대외수출의 4분의1을 이라크에 의존해왔다.
특히 군사적으로도 군비는 취약한 데다 주변이 중동의 군사강국인 이스라엘 시리아에 둘러싸여 있어 이라크의 보호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80년이후 이라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요르단은 지난 2월 이라크가 주도하는 아랍협력회의(ACC)에도 가담,사실상 제1의 맹방이었다. 또 올해초에는 이스라엘이라크간 긴장이 고조되자 이라크와 합동전투편대를 구성하는등 대이라크 의존도는 더욱 심화돼 왔다.
지난 3일 열린 아랍외무장관회담에서 요르단이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비난 결의안을 반대한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었다.
아랍의 빈국중 하나인 요르단은 또 쿠웨이트에 진출한 자국근로자들이 현지에서 천민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분개,반쿠웨이트 감정이 팽배해 있었다.
지금도 요르단에서는 거만스러운 쿠웨이트를 「한칼에 다스린」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런 요르단이 엄청난 희생을 각오하면서까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우선 이라크의 쿠웨이트합병으로 더이상 이라크입장을 지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차 중동전에서 요르단강 서암지역을 이스라엘에 빼앗긴 요르단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강점을 인정한다면 요르단도 영토회복을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된다.
또 이라크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요르단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라크가 언제 그들에게 총구를 돌릴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중동 외교의 명수로 꼽히는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이같은 계산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후세인국왕은 일찍부터 이라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우디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점에서 후세인국왕은 사우디나 미국으로부터 그들이 입을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사전에 약속받고서 대 이라크제재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르단의 이번 결정은 엉뚱하게도 고사직전에 빠진 이라크에게 「이스라엘 카드」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거꾸로 이는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이 기대하던 바 일 수도 있다.
즉 이라크가 요르단을 침공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공격을 유도,기존 아랍권의 구도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라크가 요르단으로 진입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최근 이라크가 보여온 대이스라엘 공격자세를 실제적 위협으로 간주해온 이스라엘은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요르단이 이라크에 장악되는 것을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라크는 이미 이스라엘 공군이 미군으로 위장하기 위해 비행기 도색을 새로하고 이라크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이번 사태에 이스라엘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현재 이라크이스라엘간 군사력은 지상군에서는 이라크가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공군력은 이스라엘이 우세에 있다.
그러나 양국간 군사대결은 재래식 전투가 아니라 화학전 대핵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는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을 경우 화학무기를 동원,이스라엘 전영토에 「죽음의 비」를 뿌리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렇게 될 경우 1백여개의 핵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도 핵무기로 맞설 것은 자명하다.
양국간 전쟁은 아랍권의 단결이란 명분때문에 이제까지 반이라크자세를 보였던 아랍국가들도 이라크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이라크로서도 현재 사우디쪽에 긴장을 조성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공격해 영영 아랍형제국들로부터 버림받는 우를 범하려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가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과의 정면대결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을 끌어들일 요르단침공의 대안을 택하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의 최후의 카드가 더욱 궁금해지고 있는 시점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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