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이 많은 변화를 겪고는 있지만 우리 식탁에서 김치가 지니는 비중과 의미는 좀체 달라진 바 없다. 여러가지 새로운 식품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김치없는 식탁은 좀체 생각할 수 없는 게 우리 식생활의 바탕이다.최근 배추값의 폭등은 우선 가계부담의 가중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시되거니와 보다 해묵은 농정의 허술함과 개선되지 못하는 일부 중간상인의 폭리행위등으로 시민들의 식탁이 우롱당한다는 데서 불쾌감을 더해주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배추값은 2.5㎏ 1포기값이 3천5백원∼4천원이나 하여 지난해보다 4∼5배나 올랐고,무는 1개 2천원으로 최고 10배나 폭등했다.
뒤늦게 행정기관과 농협등이 동원되어 유통량을 늘리고 아파트단지등 인구밀집지역에 임시공판장을 설치키로 했지만 이미 「행차뒤 나팔」이 돼버렸다. 강원도 평창군,명주군 등 고랭지채소 재배단지에서는 지난 6,7월에 중간상인들이 싼값에 밭떼기를 끝내 4.5톤 트럭 1대분 배추가 70만∼80만원에 실려나와 서울등 소비지에서 2백40만원대로 팔리고 있어 비싸진 채소값이 농민들의 소득과는 물론 연결되지 않고 그렇다고 소비자에게도 싸게 공급되지 않은 채 알뜰히 중간유통과정의 주머니속에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농정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상황,자신이 애써 가꾼 무ㆍ배추가 싼값에 실려나가 몇배 비싼 값으로 팔리는 데서 농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그것을 비싼돈 주고 사는 주부들의 무력감을 농정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고랭지채소 재배농민들의 상당수는 지난해 작물값의 폭락으로 30%이상이 밭에서 썩어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목돈 마련이 아쉽고 저장시설을 별로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농가가 작물을 싼값에 미리 팔지 않을 수 없고 도시민은 뒤늦게 그것을 비싸게 사야 하는 악순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정의 존재의의가 여기에 있고 사명 또한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 한다. 바로 농협의 역할인 것이다.
공산품과는 달리 농수산물은 생산량과 유통량이 계절조건에 많이 좌우되고 그 가격도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에 의해 진폭이 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보관상의 어려움및 그와 관련된 신선도의 문제도 지니기 때문에 가격구조가 공산품처럼 체계화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의 구매사업,판매사업이 농민이익의 완충기능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제값으로 살 수 있고 유통과정의 중간상인들의 적정이윤도 보호돼야 하겠지만 농민들의 적정한 소득의 보장은 보다 사활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해묵은 이 문제의 해결에 우리의 농정은 좀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직판을 늘리는 것은 우선방법이며 장소문제도 있고 하니 공판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차량등에 의한 이동,임시판매장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고질적인 유통과정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협이 진정 농민의 편에 서서 적극성을 갖고 일하는 쇄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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