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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인가/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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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인가/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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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갈 수 있게 되는 겁니까』 『이번에도 못가면 책임지시오』방북신청을 받던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통일원에는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기대가 섞인 문의전화부터 공갈성 격려전화까지 그 내용은 다양했다. 그러나 단 하나,그동안의 좌절에서 얻은 회의와 그래도 떨칠 수 없는 한가닥 기대감이 동시에 표출됐다는 점은 같았다.

신청자 6만1천3백55명. 수백만 이산가족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 자체로서 결코 적은 인원도 아니다. 4일간의 방북신청기간중 60대이상 2만6천여명,50대 1만4천여명이 접수했다. 대부분 고향을 북쪽에 두고온 이들은 땡볕에 사진관으로,시ㆍ군ㆍ구청으로 오가면서도 오히려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성사될지도 모르는 「민족대교류」에 또 한차례의 기대를 걸고 설레는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그러나 마감 이틀후인 10일,북한이 신청자 명단접수를 끝내 거부함에 따라 이들의 부푼 가슴은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선별적이라도 좋으니 명단을 접수한 뒤 방북희망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우리측의 제의를 북한은 원천적으로 거부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아직 개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부사정과 기존의 대남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북한은 예상대로 변화하지 않았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한과 민족의 통일염원을 다시한번 외면했다.

이번 방북신청자들의 좌절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론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서 기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는 방북신청접수를 공고할 때부터 실질적인 남북교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통일원은 신청접수이후 방문증 발급등 사후조치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발표에만 급급했다. 이미 북한방송등을 통해 북측의 의사를 분명히 파악하고도 대북압력및 통일의지 과시라는 측면을 강조하느라 국민의 실망감과 국력낭비를 자초한 셈이다.

통일원이 아무리 북한의 폐쇄적 태도를 부각시키고 우리측의 통일의지를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번 방북신청접수는 국민들의 순수한 열정을 「서명운동」쯤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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