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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된 「방북신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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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된 「방북신청」(사설)

입력
199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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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남북교류에 냉담하다. 서로 오고가자는 의사가 없고 태세도 갖춰지지 않았음이 거듭 드러났다. 북한측은 방북신청자의 명단접수마저 거부했다. 무턱대고 물리치기가 쑥스러워서인지 이번에도 뻔한 이유를 내세웠다. 임수경양등의 면회허용과 국가보안법 폐지,그리고 전민련등의 범민족대회 참가를 보장하라는 것이다.거절하자면 무슨 핑계인들 대지 못하겠는가. 내놓고 교류를 못하겠다는 말을 못하니 궁색한 이유를 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백기완씨의 방북제의는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쓰면 뱉어내고 달면 삼키겠다는 식으로 자기 입맛에만 맞춰가겠다는 뜻이 너무 뚜렷하다.

북의 속셈은 알고 남음이 있다. 자기속은 절대로 안보이고 상대방의 비위만 잔뜩 긁어 놓자는 의도이다. 열기 넘친 방북대열에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놓으면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예상에 기가 질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예 닫고 있는 게 상책이라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방북신청자들은 또한번 행여나 하는 꿈이 무너져내리는 허탈감에 깊이 잠겼으리라 생각된다. 두고온 산하,두고온 혈육이 더욱 그리워졌을 것이다. 이들의 허망과 좌절을 어떻게 위로할지 할 말을 잃는다.

이 뼈아픈 체험적 교훈을 다시 되새기면서,우리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다루는 정부당국과 그 자세에 대해 준엄한 당부를 해두고자 한다. 7ㆍ20선언의 구체화와 실천을 위해 방북신청접수는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은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방안의 선택에 선후 분별이 없음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방북신청을 받기에 앞서 북한측의 수용여부를 먼저 타진해볼 수도 있었다. 북한이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예상쯤은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실망을 미리 예방할 조치가 따랐어야 했다.

개방에 관한 한 북한의 거부자세는 이미 알려진 일이다. 문을 열 형편이 못되는데 그럴 의사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북한의 현재 처지에선 교류나 개방은 걸음마도 내디딜 엄두를 못할 형편임이 확실하다. 이런 어린 아이같은 상대를 불러 함께 2인3각식으로 뛰자니 곱게 들을 까닭이 없다. 이 사실을 정부당국은 너무도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통일정책이 혼선을 빚기만 한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거세어지기만 한다. 정부와 여당간에도 뜻이 안맞아 입씨름을 벌이는 판국인데,불쑥불쑥 제의와 제안만을 거듭하며 뒷수습에 급급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졸속이라 해도 별로 변명의 말을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이미 북한에 대해 수 없는 제의를 해놓고 있다. 제의가 더 없다고 정부의 통일의지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남발이 그 성실도를 흐리게 할지 모른다.

우리가 정부당국자에게 바라는 것은 「치밀성」이다. 앞뒤를 정확히 재고 나서 제의고 정책이고 간에 추진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개인이나 특정단체의 방북희망 피력도 마찬가지다. 가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은 좀더 세련되게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교류와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인가 여부를 냉철하게 따져보는 슬기가 무엇보다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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