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옛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소아병적 발상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일본정부는 지난 7일 일제말기 한국인 강제연행자 명부조사를 끝냈다면서 7만1천4백63명의 명부와 함께 간단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주일한국대사관에 보내왔다.
보고서에는 노태우대통령 방일때 수행했던 최호중외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관계부처간 회의를 거쳐 노동성이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조사를 했다는 내용과 명단이 발견된 기관및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측이 『아 그것 뿐인가,생각보다 강제연행자가 적었구나』하면서 흔쾌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던가.
이 조사결과와 조사종결방침을 보도한 아사히(조일) 마이니치(매일) 등 일본의 유력지들은 첫날부터 일본정부의 무성의와 역사적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10일에는 마이니치신문이 기자칼럼을 통해 『더욱 성의껏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명부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시치미 떼던 노동성관계국장의 이름까지 밝히면서 본청 지하창고에서만 6만7천여명의 명부가 발견된 사실을 들어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했다.
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노동성은 중앙부처와 전국 47개 도도부현의 말단행정조직은 물론 공공직업안정소까지 뒤졌으며,징용자를 고용했던 기업체도 조사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자료가 발견된 곳은 중앙부처 2곳,공공도서관 등 지방관서 6곳,민간단체 9곳 뿐이었다. 히로시마(광도) 나가사키(장기)의 미쓰비시(삼릉)조선소 징용공,마쓰시로(송대) 지하대본영 건설현장 징용자 등 온세상이 다 아는 징용자들의 명부조차 없었다.
우리는 사소한 공문서와 메모까지도 철저히 보존하고 귀중히 여기는 일본의 역사인식을 존경한다. 그런데 「성전」으로 일컫던 태평양전쟁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누가 믿어줄 것인가.
일왕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유감표명에 뒤이어 최근 나가사키시장은 한국및 중국인 원폭피폭에 대해 강도높은 사과의 뜻도 천명했다. 일본언론도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역사에 등을 돌리려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모든 것이 안보일 줄 믿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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