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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보다 「국제제재 명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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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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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유엔의 대이라크 제재 동참결정 안팎/미 강력요청에 신중태도 바꿔/6ㆍ25때 유엔도움ㆍ거센 국제여론도 고려/교민안전ㆍ에너지대책 등 후속대책 부심○…정부가 9일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고 원유수입금지 교역금지,건설수주중단 등의 경제제재조치를 결정한 것은 우리측으로서는 선택하기 힘들었던 강경한 조치.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경제적 이익,교민안전 등 실리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나 이보다는 이라크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대응이라는 대의명분의 비중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

이번 조치로 우리측은 유엔등 국제무대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역할을 용기있게 담당했다는 도덕적 평가를 받게됐으나 경제적 손실,에너지 부족,근로자등 현지교민들의 안전확보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된 셈.

이는 이날 발표된 경제제재조치가 실질적인 상황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공식적인 반이라크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라크와의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울 것이 예상되기 때문.

따라서 대의명분을 쫓되 앞으로 얼마나 현명하게 실리를 추구해나가느냐가 중동사태가 끝날 때까지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무거운 과제일 듯.

○…정부는 이라크ㆍ쿠웨이트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를 놓고 고심하던 끝에 유엔안보리 결의 661호에 따른 대이라크 경제제재에 동참하기로 9일 최종결정.

우리나라는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주요 원유도입선으로 삼고 있는데다 이들 나라와 건설수주및 철강ㆍ전기기기수출 등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미ㆍ영ㆍ불 등 서방제국과 같은 강경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었던 것이 사실. 특히 현지 근로자등 교민들이 1천3백여명이나 거주하고 있어 잘못 개입했다가는 이들의 신변에 위해가 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정부의 대처는 더욱 신중.

현재 이들 두 나라에 대한 건설수주액은 이라크가 8억4천만달러 쿠웨이트가 2억여달러,미수금은 이라크가 5억5천만달러 쿠웨이트가 1억7천9백만달러 가량이라는 것.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국제적 비판여론이 워낙 거센데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시사하며 우리측에도 대이라크 경제제재에 동참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어 언제까지나 「신중한」 태도만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처지.

더욱이 유엔이 지난 2일에 이어 6일 구체적인 대이라크 제재조치를 결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동참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형편.

이와관련,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8일 하오 최호중외무장관은 앞으로 전문을 보내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를 결정한 유엔안보리 결의 661호의 내용을 공식 통보.

○…정부가 유엔결의에 따른 제재조치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6ㆍ25때 유엔안보리의 대북 군사제재결의로 도움을 받았다는 역사적 경험이 작용했다는 후문.

또한 지난 6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66년 로디지아(현짐바브웨)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해 유엔이 모든 통상관계단절등 경제제재를 결의했을 때 우리도 동참했던 전례등도 참고.

○…한편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에 적극 동참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해왔다는 후문.

지난 8일에는 리처드ㆍ솔로몬 미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유종하외무차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하고 제재조치동참을 강도높게 촉구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

이날 유차관은 『우리나라와 분쟁당사국들과의 전반적인 관계및 사태진전을 종합적으로 검토,신중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뒤이어 9일 상오 갑작스런 동참발표가 나오자 일각에선 미국이 모종의 작용을 했기 때문에 정부의 결정이 빨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실제 솔로몬차관보는 9일 상오 미리 약속돼있던 송한호통일원차관 예방계획을 「급한 일」을 이유로 취소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

○…정부는 대이라크 제재조치외에도 중동사태가 우리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느라 부심. 정부는 미국의 군사개입움직임이 가시화된 지난 6일께부터 외무 국방 안기부 등 관계부처 고위당국자회의를 잇달아 열고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으로 쏠릴 경우 북한의 무력도발등 한반도주변정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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